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한 노딜(no deal)회담으로 끝나버렸다. 트럼프보다는 김정은의 충격이 더 컸을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프로그램을, 김정은은 영변핵시설의 폐기만으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북미는 종래와 달리 상대에 대한 비난이나 책임전가는 전혀 하지 않았다. 양 정상은 언론을 통해 상대에 관한 호의적 입장을 표출하며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G20정상회의에서 트위터를 통해 29~30일 방한 기간 중 방문하는 비무장지대(DMZ)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제안했고 두 사람은 30일 비무장지대(DMZ)에서 극적인 만남을 가졌다. 트럼프는 이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남쪽에서 김정은에게 워싱턴을 방문해달라고 말했다.

물밑에선 북미 실무회담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3차 북미 회담이 성공하려면 북미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여야 한다. 그것이 3차 북미회담을 풀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은 기본적으로 비핵화에 관한 실무적 합의 없이 정상 간의 합의에 맡긴 회담이다. 북한의 다급한 제재해제 요구와 미국의 완전 비핵화 요구가 합의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으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외의 소위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한 결과이다. 이 회담은 실무진의 합의 없는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정상회담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가 북한의 요구를 거부한 배경에는 미국 내 강경 보수층의 반대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김정은 역시 정상 간의 ‘통 큰 일괄 타결’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이다.

그러나 북미 간 3차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의 초미의 관심은 내년 대선 승리에 있다. 그는 공화당 내의 대북 강경 매파뿐 아니라 보수성향의 군산복합체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트럼프가 임기 중 완전하고 불가역의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면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다. 이것이 트럼프가 3차 정상회담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북한 김정은 역시 북미 회담 재개를 바라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김정은이 선포한 ‘경제 발전 노선’은 미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이 지속될수록 김정은은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것을 알기 때문에 제재라는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트럼프가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을 향해 북의 완전한 비핵화만이 북한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던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북·중 회담에서 중국도 휴전 협정의 당사자로 핵 문제 해결의 중재자로 나섰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모양새이며 북미 타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돌발 변수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확고한 안전부터 담보해주어야 한다. 이번 회담이 성사되면 북한이 주장하는 톱다운 방식보다는 실무회담 중심의 바텀업(bottom up)방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북미는 ‘북한의 비핵화 실질 조치→국제사회 제재 해제·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동북아 공동번영’이라는 이정표에 합의하여야 한다. 북미회담의 합의는 여전히 어려운 과정이며 당사국의 인내가 요구된다. 북미 정상 회담이 성공하려면 양국의 신뢰부터 확실히 담보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