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구시당 “대구시장·경북지사가 빌미 제공”
김광림 “대통령, 동남권 신공항으로 지역 편 가르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부산·울산·경남(PK) 단체장들이 김해신공항 검증 논의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키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지역 정치권이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TK) 더불어민주당은 지역 여론의 반발이 확산되자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탓으로 돌리고 있고, TK한국당은 지역간 편 가르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김광림(안동) 최고위원은 27일 부산·울산·경남(PK) 단체장들이 동남권 신공항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으로 지역간 편 가르기를 조장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월 13일 문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해 ‘김해 신공항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고 나서는 모든 계획과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측근 3인방인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이 모여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 합의문을 내놓고 총리실은 TF를 만들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금 선거에서 ‘한 표’ 더 얻으려고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있다”며 “10년 전 갈등의 시대로 시곗바늘을 되돌려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집권하기 전에는 국민을 갈라치기해서 지지 세력을 규합했을 지라도, 집권 후에는 나라를 위해 국민 통합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TK한국당에서는 PK단체장들이 요구하는 김해신공항 재검증 여부는 5개 시도지사의 합의를 거쳐야 하며, PK단체장들이 김해신공항 확장 사업 백지화를 시도해도, TK 동의를 얻지 못하는 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논리 등을 앞세워 정부를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황교안 대표가 김해신공항을 그대로 가자는 입장을 내비친 만큼, TK한국당 입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 대구시당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책임으로 돌리는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 남칠우 대구시당위원장 등 당직자들은 이날 가진 차담회에서 “총리실의 김해신공항 건설 재검증 사태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은 TK단체장”이라며 이 지사와 권 시장을 겨냥했다.

대구시당은 “올해 1월 이 지사와 권 시장이 K-2·대구공항 통합이전이 우선 추진되면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허용하겠다고 한 것이 PK와 국토부, 총리실의 김해신공항 재검증 사태를 야기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덕도 신공항 재검증은 정부 여당의 TK 패싱이 아니라 이 도지사와 권 시장의 이러한 발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이 합의·결정한 김해신공항 건설이 이러한 발언으로 말미삼아 결국 국무총리실 재검증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재용 중남구지역위원장도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이 합의한 김해신공항 확장이라는 정부 방침과 이들이 합의한 5자 합의 구도에서 TK는 배제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빠져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대로 된 시민 의견 수렴 없어 진행된 바람에 신공항 문제에서 대구 시민이 실종됐다. 확실한 책임을 묻기 위해 광역단체장 소환운동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정가에서는 TK민주당의 이같은 입장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발언일 뿐 실질적으로 TK민주당의 책임이 크다는 데에 지역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반응이다. 청와대와 여권이 가덕도 건설을 목표로 사전에 김해신공항 확장 백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에도 TK민주당이 방관하다시피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는 PK민주당 의원들이 여권을 압박해 총리실 재검증을 이끌어낸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이기도 하다.

또 민주당 지도부의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다. TK지역에선 ‘문재인 정부의 PK편애, TK 죽이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TK민심을 달래기 위한 액션조차 없다. 한국당 지도부는 김해신공항을 그대로 가자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만 봐도 비교된다. 이와 관련, TK지역 한 인사도 “TK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잘못 대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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