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4월 출생아 수가 또다시 역대 최저 수준을 찍으면서 최소 기록을 37개월째 이어갔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예산으로 모두 153조 원을 쏟아부었다. 맞춤형 보육, 교육개혁, 신혼부부 주거 지원, 청년고용 활성화, 난임 지원 등 다양한 시책을 펼쳤다. 지방정부들도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해 상황개선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정부의 대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통계청의 ‘2019년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출생아 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1천700명(6.1%) 줄어든 2만6천100명으로 집계됐다. 인구 1천 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은 6.2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연간 출생아 수는 1971년 102명에서 지난해 32만 명대로 급감했고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 4월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분은 2천200명이었다. 혼인 건수는 2만 건으로 1년 전보다 600건(2.9%) 감소했다. 이 수치들은 1981년 집계 시작 이후 이후 4월 기준 최저치다. 혼인은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작년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줄었다. 반면 4월 이혼은 9천500건으로 1년 전보다 800건(9.2%) 증가했다. 이혼은 4월 기준으로 2014년(9천576건) 이후 가장 많았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꼽히는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24년이 지난 1994년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11년 만인 2005년 초고령사회로 들어섰다. 일본의 고령화 속도 기록을 우리나라가 초고속으로 뛰어넘었다. 유엔 인구추계와 비교했을 때 2065년에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 중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가장 낮고, 고령인구 비중은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작금의 출생아 감소와 고령화 추세는 국가의 존폐를 가름할 치명적인 변수다. 공동체의 존속을 위협하는 심각한 적신호 앞에서 ‘국가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한다는 걱정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왜 안 낳으려고 하는지부터 정확하게 짚어내고 처방해야 한다. 단순 지원이 아닌 근본대책 마련에 더 힘써야 한다. 빈부격차 해소, 지나친 ‘경쟁’ 문화 개선 등 행복지수를 높이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행복은 재산순, 출세순, 성적순’이라는 현실 인식이 살아있는 한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생각을 바꾸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생각이 저절로 달라지도록 나라를 바꿔야 한다. 지금 우리는 고속열차를 타고 낭떠러지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