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합종연횡(合從連衡)은 중국 전국시대의 최강국인 진(秦)과 군소국가인 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의 6국 사이에 쓰였던 외교 전술이다. 합종과 연횡의 두 외교정책을 합한 말이다. 이 말을 처음 쓴 것은 귀곡자의 제자인 소진과 장의였다. 소진은 우선 연을 비롯한 5개국에 남북으로 합작해서 방위동맹을 맺어 진나라에 대항하는 것이 공존공영의 길이라는 ‘합종책’을 들고 나왔다. 소진은 ‘진 밑에서 쇠꼬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고 설득, 6국을 종적으로 연합시켜 서쪽의 강대한 진나라와 대결할 공수동맹을 맺도록 했다. 이것을 합종이라 한다. 그는 육국의 군사동맹을 성공시킨 다음, 그 공로로 육국의 재상직을 한 몸에 겸하고, 자신은 육국의 왕들이 모인 자리에서 의장 노릇을 하게됐다.

위나라 장의는 합종은 일시적 허식에 지나지 않으며, 진나라와의 연합책만이 안전한 길이라고 강조하며, 6국을 돌며 연합을 설득, 진이 6국과 개별로 횡적 동맹을 맺는 데 성공했다. 장의의 책략이 소진의 합종책을 사실상 깨뜨린 셈이다. 이것을 연횡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은 합종을 깬 뒤 6국을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을 통일했으니 힘이 약한 국가가 강대국에 맞서려면 힘을 모으는 게 순리임을 보여준다.

우리의 정치상황을 옛 춘추전국시대에 빗대보면 무척 흥미롭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여당이니 당시의 강대국인 진나라에 해당할 것이고, 자유한국당이 제1야당이니 군소나라로서 합종책을 통해 나라를 보전하려는 연나라로 볼 수 있겠다, 그외 정당들은 이리저리 휩쓸리는 여러나라에 해당한다. 다만 지금 형국은 군소국들이 힘을 합쳐 강대국에 대항하는 합종의 형세가 아니라 강대국과 몇몇 군소국가간 연횡이 먼저 이뤄진 모양새다. 따라서 한국당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다른 소수정당과 손을 잡고 합종책을 성사시켜야 할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을 위해 먼저 연합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왕따시키면서 지금의 국회파행사태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자유한국당은 지금도 얼마든지 국회에서 야당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데, 자꾸만 장외로 치닫고 있는 건 아닌가. 우리는 삶을 살면서 대륙을 가로지르는 긴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인생의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밖으로 건널목에서 손을 흔드는 아이들, 멀리 보이는 언덕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소떼들, 발전소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줄지어 늘어선 옥수수밭과 밀밭, 평지와 계곡 등을 감상에 젖어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마음이 온통 쏠려있는 것은 바로 종착역이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역에 도착하기만 하면~” “내가 열여덟이 되기만 하면~” “은행에서 빌린 돈을 다 갚기만 하면~” 그리고 “직장에서 은퇴하기만 하면, 그때부터 난 멋지고 행복한 삶을 살거야!”라고 다짐한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그런 장소는 없다. 삶은 매 순간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자유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보수대통합만 되면~” “총선에서 큰 승리를 거두기만 하면~” 그리고 “우리가 정권을 잡기만 하면 이 나라를 더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수 있어!”라고 외친다. 과연 그럴까. 누가 그말을 믿겠나. 오히려 현재 제1야당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쉽다. 파행국회를 접고, 국회안에서 국민의 뜻을 전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자기 환상에 빠져 독주하거나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도록 견제해야한다. 앞뒤 맞지않는 경제정책에는 새로운 대안을 내놓으며 권고하는 모습도 보고싶다. 그런 야당이 되길 바란다.

정국구도를 바꾸는 합종연횡이 하나의 수단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결코 이 나라, 이 국민에게 비방이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