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해맑은 미소를 떠올려 보세요. 갓 태어난 아기의 모습을 보면서 왜 우리는 즐거운 감정을 느낄까요? 상대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기가 자라서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빛나게 할까 라는 기대감은 속으로 누구가 갖고 있겠지만, 당장에 이 아기가 어떤 행동으로 나를 만족시킬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서로 행복한 거지요. 아기도 방긋 웃고 나도 웃으며 화답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욕심이 끼어들지요.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수많은 비교와 기대가 매일 마음을 파고듭니다. 해맑은 미소와 행복감 대신 좌절과 비교를 맛보기 시작하지요.

직장 생활에서도 정작 어려운 것은 일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과 벌어지는 관계가 대부분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관계’는 어려운 것일까요? ‘기대감’ 때문입니다. 관계가 어려울 때는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주위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기대치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심해야 합니다. 인간관계는 ‘상대가 내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이라는 심리적 계약’을 맺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기대가 충족이 되지 못할 때 관계 가운데 실망감이 스며들기 시작하고 더 이상 신선함도, 발전도 찾기 어렵습니다. 능력에 벗어나는 일을 장담하거나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함부로 꺼내지 말아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을 때 애매모호한 태도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는 행동은 지혜롭지 못합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관계가 악화되는 이유는 상대가 나에게 실망하거나 내가 상대에게 실망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원인은 각자의 기대치에 서로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대에게 내가 무언가를 베풀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가장 위험합니다. 그런 마음을 갖는 순간 상대방 행동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게 마련이고 이는 곧 실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만 낮추면 어떨까요?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긍정적인 느낌을 받게 되고 좋은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득도의 경지에 이른 분들은 인간 관계에서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겠지요. 우리도 이런 태도로 담담하게 살 수 있다면 작은 손길과 눈빛 하나에도 감사가 넘치고 기쁨이 오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지혜는 아낌없이 베풀고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깨끗한 마음입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