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 하

빗소리 속엔 침묵이 숨어 있다

빗소리 속엔

무수한 밤 우주의 침묵이

푸른 별들의 가슴 저리는 침묵이

나의 운명이 숨어 있다

빗소리 속엔 미래의 리듬이

사산(死産)된 채로 드러나

잿빛 하늘에 흔적을 남기던

옛사랑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빗소리는 그러나

침묵을 연다

숨어서

숨은 내게 침묵으로 연다

시인은 빗소리와 침묵을 대립 관계로 설정하고 시를 전개하지만 ‘빗소리는 침묵을 연다’는 시행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둘은 서로 영향을 주는 밀접한 상관관계로 얽혀있음을 말하고 있다. 우리 사는 세상에는 이런 대립, 상반관계에 있는 듯하지만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경우가 도처에 많은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