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칠포리 서식지 방문객들
둥지 옮기고 새끼 쫓는 등 폐해
CCTV·차단막 시설도 없어
세계적 보호종 보금자리 위협
산란 실패 등 이상행보도 감지
조류학계,부산 전례 재현 우려

최근 포항 칠포리 한 해안가에 자리잡은 세계적인 보호종인 쇠제비갈매기 새끼(원 안)가 사람들의 침입에 놀라 쓰레기 더미에 숨어있다. /독자 제공

세계적인 보호종인 쇠제비갈매기가 둥지를 튼 포항 칠포리 해안의 서식지 파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행정당국의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세계적인 보호종은 힘겹게 마련한 보금자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일반인들의 무분별한 접근으로 더 이상 산란과 부화가 어려울 정도로 서식지 파괴가 심각한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26일 조류생태연구가 A씨에 따르면 쇠제비갈매기의 포항 서식지인 칠포리 한 해안가 백사장에 일반인 방문객과 사진작가들이 대거 몰리며 새들의 서식 환경이 훼손되고 있다.

사진작가들의 경우, 평일과 주말 평균 최고 20여명이 사진촬영을 위해 모이고 있는데 일부 인원은 텐트를 치며 숙박을 하기도 한다.

A씨는 사진작가들 대부분이 망원렌즈 등을 이용해 원거리 촬영을 하며 최대한 새들의 생태를 침범하지 않고 보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일부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끼를 손으로 잡아 둥지로 강제로 옮기는가하면 도망가는 새끼새들을 쫓아가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새끼들은 평평한 백사장에 마땅한 은신처가 없어 주변의 쓰레기더미에 애처롭게 숨어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백사장 입구에 ‘사륜 오토바이 이용을 금지한다’는 등의 피켓과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만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감시용 CCTV 등의 시설도 없어 무용지물이다. 주위에 출입을 막을 펜스 등 최소한의 차단막도 설치되지 않아 ‘악성 방문객’들의 침입에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이같은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서 쇠제비갈매기들이 이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고 조류학계는 전했다. 서식지 파괴로 쇠제비갈메기가 떠났던 부산 낙동강 하구 전례가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쇠제비갈메기의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대구지방환경청이 최근 현장 조사를 하고 서식지 보호방안을 논의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 역시 자체 예산을 통한 추가 대책 마련이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추경이 끝난 시점이고 지금은 예산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시는 새가 다시 돌아올 것을 대비해 내년도에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동시의 경우, 쇠제비갈매기를 위한 서식지 마련을 위해 인공 모래섬 조성은 물론이고 은신처 용도로 검은색 원통 파이프를 20여개 설치하는 등 정성을 들였고 이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 다수 언론에 주목을 받은 바 있어 대조적이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은 “포항 칠포 해안가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접근으로 새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1차 산란이 실패하고 2차 산란을 하며 남반구로 돌아가는 시기가 늦어지는 모습이 관찰됐다”며 “포항시가 생각을 바꿔 희귀한 쇠제비갈매기 보호와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종 보호와 관광자원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도록 방안을 강구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조만간 쇠제비갈매기가 원래 있던 호주 등지로 떠날 것”이라며 “내년도 예산 계획을 세울때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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