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교육부 수장인 김상곤 장관 시절 공무원들이 초등학교 6학년 국정 사회 교과서 내용을 집필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수정하고 관련 서류를 위조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밝혀졌다. 이들은 2018학년도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내용 중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변경하는 등 주요 내용 219곳을 바꾸면서 집필 책임자의 인장을 도둑 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래도 이 나라는 지금 정상궤도를 크게 벗어난 게 분명하다.

대전지검은 교육부 교과서정책과장 A씨와 교육연구사 B씨 등 담당 공무원 2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사문서위조교사, 위조사문서행사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집필자 패싱’ 교과서 논란은 지난해 3월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집필 책임자인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가 내용을 폭로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국회에 출석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교과서 수정·보완은 적법하다”면서 “출판사와 집필자들의 문제”라고 발뺌을 했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죄악시하던 ‘김상곤 교육부’가 유례를 찾기 힘든 범죄적 수법으로 교과서 내용을 정권 코드에 맞춰서 마구잡이로 고쳤다는 사실이다. ‘김상곤 교육부’는 전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를 ‘적폐·국정 농단’으로 규정짓고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 고위직을 포함해 모두 17명(청와대 5명, 교육부 8명, 민간인 4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었다.

검찰의 ‘국정교과서 불법 수정’ 사건 공소장에는 교육부가 지난해 교과서 수정의 최초 기획부터 여론 조작, ‘집필자 패싱(건너뛰기)’, 협의록 위조 등 전 과정에 불법 개입한 정황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교육부 교과서정책과장과 교육연구사 등 담당 공무원 2명과 출판사 관계자 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쳐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새마을 운동’이나 ‘한강의 기적’ 같은 표현을 포함해 집필자도 모르게 수백 곳이나 삭제·수정한 이 교과서는 전국 6천64개 초등학교, 총 43만3천721명의 학생들이 교재로 쓰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심각한 범죄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징계를 하기는커녕 당사자 중 한 명을‘영전’으로 여기는 해외 파견까지 보낸 사실이다. 끊임없이 교과서를 왜곡하는 일본의 만행을 놓고 날마다 해마다 치를 떠는 게 이 나라 국민 아니던가.

교육부 일개 과장이 아무도 모르게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변명은 소도 웃을 거짓말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줄줄이 이어지는 오만한 권력의 일탈 앞에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