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예정 ‘지붕 위의 바이올린’
러 버전 ‘테비예와 딸들’로 변경
‘넘버’는 저작권 문제 사용 불가
문제 발생에도 언론에는 쉬쉬
티켓 사이트엔 뒤늦은 공지문
주최측 운영미숙·은폐 논란도

‘아시아 뮤지컬의 메카’를 지향하는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폐막작 제목은 물론 음악(넘버)까지 주최측 마음대로 슬그머니 바뀌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제1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주최 측인 (사)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지난달 15일 대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막작 ‘웨딩 싱어’와 폐막작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초청해 공연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배성혁 위원장은 이날 “러시아 혁명기를 배경으로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1964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토니상 9개 부문을 수상하고 브로드웨이에서 4차례 리바이벌된 명작”으로 소개하고 “폐막작은 러시아에서 올린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꼭 한번 소개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선라이즈 선셋’ 노래를 너무 좋아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달 5일부터 7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5차례 공연할 예정이던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테비예와 딸들’로 슬그머니 변경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으며, 개막 후에도 이에 대해 언론에 알리지 않는 등 은폐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작품은 러시아 출신 유대인 작가 숄럼 알레이쳄(Sholom Alechiem)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은 같지만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인 반면, ‘테비예와 딸들’은 러시아 버전이다.

DIMF가 초청한 러시아 팀은 미국 버전으로 명성을 얻은 넘버를 포함한 다수의 곡을 관객들에게 들려줄 예정이었지만 브로드웨이 측이 지난 5월말께 라이선스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DIMF는 러시아 공연팀이 해당 뮤지컬 넘버 사용에 관한 권한을 확보했지만, 러시아 외의 국가에서 해당 넘버를 사용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는 점을 모르고 계약을 했다가 브로드웨이 측으로부터 직접 항의를 받은 뒤에야 저작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처럼 저작권에 문제가 생기면서 작품 제목은 물론 뮤지컬의 기본 골격이 되는 넘버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DIMF는 이러한 사실을 언론 등에 공지도 하지 않고 작품 제목을 슬그머니 바꾸고 티켓판매 사이트에 뒤늦게 공지문을 올렸다.

지난 5월 13일부터 티켓판매를 시작한 DIMF 측은 5월말께 브로드웨이 측의 이의를 받은 뒤 지난 3일부터 공지글을 올렸고 공연이 열리는 수성아트피아에는 지난 7일에야 알렸으며, 언론에게는 전혀 알리지 않는 등 1달여 동안 쉬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문화계 한 인사는 “통상 개막작과 폐막작은 뮤지컬페스티벌에서 가장 볼만한 작품을 선별하기 때문에 각별히 공을 들인다”며 “사실상 페스티벌의 메인공연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공연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도 점검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김호섭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개막식이 열린 지난 21일 주변에서 폐막작 제목을 바뀐 것에 대해 이야기 해서 알게 됐고 그 자리에서 제목과 넘버가 바뀐 부분에 대해 알려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었다”며 “주최측에서 사전에 저작권 문제에 대해 검토가 미비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주최측인 DIMF 관계자는 “티켓 판매사이트에 공지에 이어 사전 예매고객에게 일일이 전화로 알렸다”면서 “라인선스 문제를 두고 브로드웨이측과 공연팀에 중재를 시도했으나 시간이 촉박했고 당초 알려진 제목과 넘버가 바뀐 부분에 대해 언론에 알리지 않은 부분은 실수다”고 해명하는 등 여전히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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