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률이 0.44%였던 기계가 실험 이후 0.29%로 낮아집니다. 부공장장의 호기심이 회사 전체를 움직입니다. 전사적으로 실험을 확대하지요. 기계에 감사 스티커를 붙입니다. “고장나지 않아 고마워”라는 식의 감사 메시지를 전합니다. 한 직원은 말합니다. “기계가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지요. 고장률이 낮아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거짓말처럼 고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2010년 0.23%였던 고장률이 실험 1년 만에 0.17%로 뚝 떨어진 것입니다. 2012년에는 다시 0.12%로 줄어듭니다. 2년 동안 52%가 감소한 수치입니다. 야간 돌발 호출 건수도 2010년 899건에서 2012년 320건으로 줄었습니다. 과연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까요? 자체 조사결과 비결은 따로 있었던 것으로 결론이 납니다. 설비를 관리하는 직원들이 이 운동을 시작한 이후에 전보다 기계에 더 관심을 보인 것이지요. 기름칠도 신경 써서 하고 설비 체크도 예전과는 다른 태도로 임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반도체 부품을 제조하는 N사에는 스퍼터(sputter)라는 50억원짜리 장비가 있습니다. 365일 24시간 풀 가동해야 하는 이 기계가 에러로 멈추면 손실이 큽니다. 월 평균 10건 정도가 에러가 발생합니다. 손실액은 약 1억7천만원입니다. 직원들은 스퍼터에 이렇게 써 붙입니다. ‘고장 ZERO 감사합니다.’ ‘가동 100% 감사합니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요? 이 운동을 시작한 이후 스퍼터의 고장 횟수가 90% 감소합니다. 월 평균 10회의 고장이 단 1회로 줄어든 것이지요.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 18억원을 절감한 셈입니다.

산업체에 감사 운동이 퍼지면서 여러 부작용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익과 효율에 관심이 많은 탐욕적인 사장이 설비 고장율이 낮아지고, 이익이 증가한다는 것에 착안해 직원들의 내적 동기유발 없이 강제적으로 감사를 시킨다고 해서 과연 성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오히려 반발심과 부정적인 마음이 더욱 커져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 뻔한 이치입니다. 감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비슷합니다. 강요된 감사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다름없지요. 중요한 것은 거위의 충만한 상태입니다.

강요가 아닌, 표정과 눈빛으로부터 마음 가득 담은 진정 어린 감사가 내 안에서 우러나올 수 있다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조금씩 선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감사한 새벽입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