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대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이르면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동시에 이전할 신공항 이전지가 11월 중이면 결정된다는 소식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이에 맞춰 후속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전 후적지(K-2) 개발을 위해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종전부지 개발 청사진을 만들기로 했다. 경북도도 새로이 들어설 신공항 배후도시에 대한 본격적인 조성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대구시와 국방부 등이 밝힌 향후 통합신공항 추진 일정은 다음과 같다. 이달 중으로 권영진 대구시장과 정경두 국방부장관 등이 참석하는 이전부지 선정위원회가 열리고 종전부지 활용방안 등을 심의 확정한다. 7월에는 경북도와 이전후보지 지방자치단체와 본격적 지원계획을 협의하고 이전부지 선정 절차와 기준도 마련한다. 8∼9월에는 주민공청회와 주민투표 등이 있으며 11월 최종 이전지를 선정한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에 그동안 대체로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정부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다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김해신공항 재검토 문제가 총리실로 넘어간 것은 우리를 찜찜하게 하는 대목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도가 추진하는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김해신공항의 백지화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재검증은 필수다. 다시 말해 김해신공항 재검증은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방문 때 발언만으로도 의심이 가기가 충분하다. 문 대통령은 “김해공항 확장에 대해 영남권 5개 단체장의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검증 논의를 총리실로 격상해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당시 부산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강력한 지원 메시지라 풀이했다.

국토부와 부·울·경이 최근 밝힌 김해신공항 재검증 합의는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거꾸로 말하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기초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전지 선정이나 K-2부지 가치 선정에 까다롭던 국방부가 갑자기 태도를 수그린 것도 모두 이런데서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알다시피 가덕도신공항은 국가 제2관문공항으로 그려져 있다. 군부대에 딸린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는 비교가 안 된다. 종전 부지를 팔아서 사업을 해야 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의 통합신공항과 개념 자체가 다르다. 통합신공항의 기능에 미칠 악영향은 상상하고도 남는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사업을 추진하면서 우리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김해신공항 문제가 부·울·경의 환심을 사야하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정부가 원칙을 던져버렸다. 여기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마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면 대구경북민의 자존심은 갈가리 찢어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