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찬 호

앗,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방 안 모서리, 손거울, 집 열쇠, 어항의 물고기가 사라지고 없어요

다그쳐 물어도 종알종알 털만 핥을 뿐 모른다 도리질만 하네요

쫑긋 귀 동그란 눈동자…. 그토록 짧은 혀로 그것들 모두 어디로 숨겼을까요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인 고양이를 제재로 쓴 동화적인 상상의 작품이다. 문명에 길들여진 고양이가 시인의 방에 있는 소품들과 열쇠까지를 증발시켰다는 것이다. 문제는 문명에 기들여진 것들이 문명을, 더 나아가 인류까지 농락하고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무서운 상상력을 활용해 문명을 비판하고 있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