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서 ‘사기’ 진시황본에 의하면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신하들에게 왕을 대신해 천하의 지배자에게 적합한 호칭을 만들어 올리라고 했다. 신하들은 연구 끝에 천황(天皇) 지황(地皇) 태황(泰皇) 중에 가장 존귀한 것이 태황이라며 태황을 호칭으로 바쳤다. 그러나 진시황은 이를 거절하고 태황의 황과 신을 뜻하는 제를 붙여 황제(皇帝)라 불렀다고 전한다.

중국에서 황제라는 호칭을 가장 먼저 사용한 인물은 진시황이다. 진시황 이후 중국은 환란이 일어나 소국가들은 싸움을 하더라도 중국을 하나의 나라도 통일하겠다는 일념으로 다투었다. 중국의 최고 권력자는 황제라는 공식이 정립하게 되고, 중국 정체성의 중심으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는 중국은 황제라는 구심점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유럽처럼 수많은 국가로 나눠졌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내세운다.

황제가 왕과의 차이점은 다른 국가의 군주인 왕을 자신의 밑에 둘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황제와 비슷한 개념으로 천자(天子)라는 호칭이 진나라 이전부터 사용돼 왔다. 하늘의 아들 자격으로 천하를 다스린다는 뜻으로 황제와 비슷한 단어로 사용한 것이다.

서양사에서도 황제라는 개념은 있었다. 영어로 ‘Emperor’라 불린다. 유럽에서 황제는 로마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군주만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호칭으로 통한다. 이 역시 여러 왕국을 지배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이름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이 마무리 됐으나 그에 대한 황제급 예우는 긴 여운을 남겼다. 북핵 문제와 미중무역분쟁 등 미묘한 국제 관계 속의 두 정상의 만남이 주는 의미는 특별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파격적인 의전 속에 묻어나는 두 나라간 친밀감은 한반도 국제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작년 이른바 셀프 종신개헌을 통해 사실상 황제자리에 등극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국은 한반도를 자신의 속국으로 생각하는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나라다. 우리의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자신의 속국 역사로 만들려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시 주석에 붙여진 ‘황제급 의전’이란 말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잘 살펴 볼 의미심장한 표현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