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펑펑 운 적이 있습니다. 이덕무 이야기를 담은 ‘책만 보는 바보’였습니다. 이 책의 문장들이 눈물을 쏟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등을 보이며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이 모두 한꺼번에 나를 향해 눈길을 돌리는 것만 같다. 책 속에 담긴 누군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마주치는 설렘. 오래된 책들에 스며 있는 은은한 묵향은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져 준다.”

이덕무는 먹을 거리가 없어 그토록 좋아하는 책을 내다 팔아야 하는 슬픔을 견딥니다. 먹는 것보다 굶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상. 서얼 신분 때문에 관직으로 진출할 수도,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할 수도 없어 가난을 대대손손 물려줄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가난은 겨울에 더 비참한 법이다. 불을 때지 못해 온 식구가 추위에 시달리고 병들기 일쑤다. 한 번 발작이 시작되면 목과 가슴이 쓰리도록 아프고 온몸은 격렬하게 흔들려 나중에 뱃가죽까지 아파오는 것이 기침병이다. 애써 소리 내어 책을 읽고 또 읽는다. 책 읽기의 이로움을 나는 이렇게 써 두었다. 굶주린 때에 책을 읽으면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 글귀가 잘 들어오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다.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떨리는 몸이 진정되고 추위를 잊을 수 있다.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과 마음이 책에 집중하면서 천만가지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기침병을 앓을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가 목구멍의 걸림돌을 시원하게 뚫어 괴로운 기침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는 든든한 벗들이 있어 괴로움과 서글픔을 견딥니다. 박제가, 홍대용, 박지원, 유득공, 이서구, 백동수. 이들이 스승과 친구되어 곁을 지킵니다. 그들은 백탑 아래 모여 서로의 배고픔을 달래 주고 책을 교환했으며 밤 깊도록 함께 노래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고단하지만 품격있는 삶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정조는 그를 발탁해 규장각 검서관으로 임용하지요. 반딧불이 몇 십 마리 모아 명주 주머니에 넣고 밤에도 책을 사랑한 차윤. 추운 겨울 한 글자 더 알고 싶어 눈밭에 책을 비춰가며 한줄 한줄 읽어내려간 손강. 콜록이며 기침이 멎지 않아도 살을 에는 추위가 온 몸을 파고들어도 책을 읽으며 꿋꿋하게 버틴 이덕무는 한결같은 배움의 열정으로 손에서 책을 놓지 않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에는 무슨 책을 고를까, 설레는 고민을 지금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