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 집중
조선·자동차·숙박음식점 많아

지난해 기업 10곳 중 3곳은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미·중 무역분쟁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이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9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 공시 2만1천213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기업은 32.1%였다. 2017년 대비 2.4%포인트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기가 반등했던 당시 이 비중은 25.9%였다. 2014년 31.7%까지 높아졌다가 2016년 28.4%로 낮아졌지만, 2017년 다시 29.7%로 다시 높아졌고 지난해 30%를 넘어섰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대기업(23.6%)보다 중소기업(34.0%)에, 업종별로는조선(54.9%)·자동차(37.8%)·숙박음식(57.7%)·부동산(42.7%)에 집중됐다.

3년째 이자비용을 내지 못해 퇴출 상황에 몰린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 기업’도 14.1%나 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이 돈을 빌려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아지는 건 수익성은 떨어지고 기업의 체질(건전성)은 악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조사대상 전체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5.9로 전년도(6.3)보다 하락했다. 대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7.5, 중소기업은 2.5로 격차는 컸다.

이자보상배율에서 드러나는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기전자 업종의 쏠림 현상이다. 호황을 구가했던 전기·전자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3.9로 2015년(3.5) 이후 가장 낮았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작년 들어 수익성이 저하되고 차입비용이 오르면서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수익성 악화가 주요인이었다”고 전했다.

한은은 무역 분쟁에 집값 급락이 겹칠 경우 금융회사들이 받을 충격도 분석했다. 올해와 내년 세계·국내총생산이 2.0%와 3.3%씩 줄고 집값이 15.6% 하락하는 것을 가정했다.

이같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4%에서 12.5%로 내려갔다. BIS 비율 규제 기준치는 10.5∼11.5%다.

상호금융 순자본비율(8.4%→7.7%), 저축은행 자기자본비율(14.3%→11.2%), 신용카드사 조정자기자본비율(22.9%→18.0%) 모두 하락하긴 하지만 기준치는 웃돌았다.

한은은 “무역분쟁 심화와 주택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예외적 상황에서도 국내 금융회사는 규제 수준을 상회하는 자본비율을 유지해 복원력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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