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선 한 척이 아무런 제지나 검문도 받지 않고 삼척항까지 들어와 정박한 일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동력선인 문제의 어선이 동해를 넘어 삼척항에 들어와 정박할 동안 군은 물론 경계병들조차 전혀 몰랐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국가 해상경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라는 걱정과 함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 사태에 대해 군 당국이 처음부터 축소와 변명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북한 어선과 선원 4명은 지난 15일 오전 6시50분쯤 산책 나온 주민에게 발견됐다. “어디서 왔느냐”는 물음에 이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했다. 한 북한선원은 “서울의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과정 때문에 해상판 ‘노크 귀순’이라는 말이 나온다. 옷차림은 달랐지만 이들은 모두 민간인으로 확인됐다. 선원 중 송환 의사를 밝힌 2명은 판문점을 통해 되돌아갔다.

군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 선박은 지난 9일 함경북도에서 출항해 10일 동해 NLL 북방에서 조업 중이던 북한 어선군에 합류했다가 12일 오후 9시쯤 NLL을 넘었다. 울릉도 동방 해상을 거쳐 14일 오후 9시쯤에는 삼척항 동쪽에서 엔진을 끈 상태로 날이 밝기를 기다려 15일 해가 뜬 이후 출발해 오전 6시20분쯤 삼척항 방파제 부두 끝부분에 접안했다.

북한 어선이 먼 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대기하는 순간, 군의 해안감시 레이더에 미세하게 포착됐다. 감시 요원들은 이 표적을 부표나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인식했다. 해양수산청과 해경의 폐쇄회로(CC)TV에도 해당 선박 모습이 찍혔지만, 조업을 마친 남측 어선으로 여겼다. 결과적으로 군과 해경은 57시간이 넘는 동안 이 선박의 동태를 식별하지 못했다.

군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이 선박이 나중에 28마력 엔진으로 움직였던 사실을 숨겼다. 노후 장비 등 작전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보완해야 할 점은 있지만 “해상·해안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경두 국방부장관의 ‘책임을 묻겠다’는 발언이 나온 후 발표내용을 바꿨고 수뇌부가 야전 지휘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망망대해를 넘어온 자그마한 목선 하나를 놓친 일을 놓고 지나치게 타박을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군사대치 국면이 완전히 해소된 상태가 아닌 형편에서 일어난 이 경계실패 문제를 하찮게 여길 일은 결코 아니다. 사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섬세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군 당국이 처음부터 대수롭지 않은 일로 축소하고 변명을 의도했다는 점은 꼼꼼하게 다시 들여다볼 대목이다. 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다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