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국에는 ‘생각하는 싯타르타의 반가사유상’이 있다. 동서양과 시대를 떠나 사람은 삶과 자신의 운명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드는 것은 비슷한 모양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지옥에 스스로 몸을 내 던지기 전 자신의 삶과 운명에 대해 고민하는 내면세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독특한 사실성으로 긴장감이 잘 드러나 있다. 반가사유상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 전 태자였을 때 인생무상을 느끼며 고뇌하던 모습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인간적 고뇌를 형상화 한 점에서 로댕의 작품과 공통점이 있다.

의자에 반가좌(半跏坐)한 자세로 사유하는 모습의 반가사유상은 현재 약 40여 점이 전해진다고 한다. 그중 국립중앙박물관 보관의 국보 제78호와 제83호의 금동반가사유상이 가장 유명하다. 독특한 형식과 예술적 가치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교문화재로 손꼽힌다. 국립중앙박물관 내에서는 당연히 독보적 존재다. 불교 문화재의 슈퍼스타로 불린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보러온다”는 마니아 그룹이 생겼을 정도이니 반가사유상의 매력을 한번쯤 느껴 볼만하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은 2013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반출 전시된 적이 있다. 그 당시 문화재 보험료가 무려 500억 원이었다고 한다. 문화재를 돈의 가치로 논하기는 곤란하지만 엄청난 자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불행하게도 일본인 도굴꾼에 의해 발굴돼 정확한 출토지를 알 수 없는 것이 흠이다.

반가사유상은 한국도 중국도 크기가 30㎝ 정도인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봉화 물야면 북지리에서 발굴된 석조 반가사유상(보물 제997호)은 비록 하반신만 남아 있지만 복원 추정한다면 2.5m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반가사유상이 된다. 현재 석조반가상은 경북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나 가치만큼 일반의 관심을 끌지 못해 안타깝다.

최근 일부 지역학자들이 석조반가상의 존재 가치를 다시 조명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정밀 조사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자는 뜻이다.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 가치까지 과소평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