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국에는 ‘생각하는 싯타르타의 반가사유상’이 있다. 동서양과 시대를 떠나 사람은 삶과 자신의 운명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드는 것은 비슷한 모양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지옥에 스스로 몸을 내 던지기 전 자신의 삶과 운명에 대해 고민하는 내면세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독특한 사실성으로 긴장감이 잘 드러나 있다. 반가사유상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 전 태자였을 때 인생무상을 느끼며 고뇌하던 모습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인간적 고뇌를 형상화 한 점에서 로댕의 작품과 공통점이 있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은 2013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반출 전시된 적이 있다. 그 당시 문화재 보험료가 무려 500억 원이었다고 한다. 문화재를 돈의 가치로 논하기는 곤란하지만 엄청난 자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불행하게도 일본인 도굴꾼에 의해 발굴돼 정확한 출토지를 알 수 없는 것이 흠이다.
반가사유상은 한국도 중국도 크기가 30㎝ 정도인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봉화 물야면 북지리에서 발굴된 석조 반가사유상(보물 제997호)은 비록 하반신만 남아 있지만 복원 추정한다면 2.5m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반가사유상이 된다. 현재 석조반가상은 경북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나 가치만큼 일반의 관심을 끌지 못해 안타깝다.
최근 일부 지역학자들이 석조반가상의 존재 가치를 다시 조명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를 정밀 조사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자는 뜻이다.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 가치까지 과소평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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