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 제외됐던 업종들도 적용
지방버스업계 등 부작용 걱정
처음부터 현장 우려 컸던 정책
정부 항구적 보완 대책 있어야

다음 달 1일부터 노선버스 등 ‘특례제외업종’도 주 52시간 근로제에 제한을 받는다. 시행이 열흘도 남지 않은 가운데, 현장 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러워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례제외 업종은 노선버스·방송·광고·교육서비스·금융·우편 등 21개 업종이다.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된 300인 이상 사업장은 약 2천500곳이며, 오는 7월부터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약 1천곳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종 중 아우성이 가장 높은 곳은 지난달 전국적으로 대규모 파업 직전까지 갔던 버스업계다. 고용노동부는 특례제외업종 사업장 중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 비율이 5% 이상인 67곳을 별도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중 노선버스가 38곳을 차지하고 있다. 육상운송업은 특례업종 지위를 이어가지만, 세부적으로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되면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 시민 안전과 생명 문제와 직결되는 운송 분야와 보건업을 제외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셈이다.

버스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법 시행을 앞두고 기사를 대거 채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으나, 짧은 시간에 많은 기사를 뽑아야 하는 탓에 초보기사들이 대거 채용되면서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비수도권의 버스업계는 현실적으로 기사 수급이 어렵고, 보조금 등으로 가까스로 운영되던 지방버스업계는 노선을 줄이는 등의 궁여지책을 꺼내들었다. 서민의 대표 교통수단 역할을 해온 버스운영이 삐걱대면서 피해가 서민들에게 서비스부실로 전가되는 격이다.

정부는 부작용을 줄이고자 또다시 유예기간을 두는 등의 땜질식 처방을 계획하고 있으나, 제도보완 등의 항구적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패스트트랙’ 정국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합의한 대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기로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국회가 공전하며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정국으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지난 7월 도입된 이후 1년간 계도기간과 자율점검 기간을 거쳤다. 정부는 현장 부작용을 줄이고자 우선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0년 1월에 50인∼299인 사업장, 2021년 7월에는 5∼49인 사업장 등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도입 전부터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심각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자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고육책을 꺼냈다. 고용부는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6개월 부여했으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는 기간을 3개월 더 연장한 바 있다.

현 정부가 워라벨(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하며 시행한 주 52시간 근로제는 본격적인 시행 전부터 ‘실패한 정책’이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이 추가고용을 이끌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난 1년간 경제지표를 보면 생산성도 고용도 소득도 나아지지 않았다. 고용지표만 보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근로자들은 월 소득이 줄어서 반발하고, 기업은 효율적인 운영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역 버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너무 성급했던 것 같다. 현재 기업과 사업장이 주 52시간 운영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서 “무리한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 뻔한 상황인데 밀어붙이는 정부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안찬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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