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팔이
감성팔이
  • 등록일 2019.06.19 19:56
  • 게재일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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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인격의 형성에는 이성에 못지않게 감성(感性)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성과 이성은 상반되는 개념이지만, 그 둘이 적절히 조화될 때에만 정상적으로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서적 반응을 처리하는 뇌의 전두엽 부위가 손상되어 감성이 마비되면 기억이나 언어, 운동, 시각 등 다른 기능이 멀쩡해도 정상적으로 의사결정을 못하고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밝혀졌다. 공감능력의 결핍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못 느끼는 사이코패스나, 분노조절이 안 되어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는 사람의 경우도 감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그중 효과적이다. 상품의 광고는 물론 개인이나 단체의 사업 홍보에도 감성적 접근이 우선으로 채택되는 이유다. 휴대전화 하나로 언제 어디서나 온갖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디지털시대에는 이성보다는 감성의 비중이 커지는 경향이다. 논리적인 사고나 판단보다는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선전이나 선동에 휩쓸리기 쉽다는 얘기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정보들이 넘쳐나는데 세상이 더 각박하고 삭막해지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말초적인 감각이나 자극하는 것은 마치 바닷물로 해갈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들이켜 봐야 갈증이 더 심해지는 것처럼 오히려 감성의 피폐를 가져올 뿐이다. 맑은 우물물 같은 감성이라야 근본적으로 마음의 갈증을 해소하는 대책이 될 것이다.

어떤 상품이 가진 성능이나 실용성도 감성의 포장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상품가치를 가질 수가 없기 때문에 감성적 접근을 상품 마케팅의 주요 전략으로 삼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전략이 지나쳐서 실질과는 동떨어진 과대포장이나 허위광고가 되어서는 ‘감성팔이’라는 오명과 함께 불신과 외면을 받게 된다. ‘감성’에다 ‘팔이’란 접미사를 붙인 이 말은, 소기의 목적달성을 위해 일부러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연출을 비꼬는 말이다.

상업적 마케팅을 위한 감성팔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비난이나 외면으로 끝날 일이지만, 정치권에서 자행되는 감성팔이는 그 미치는 여파가 상당히 심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정치적 판단이나 결정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경제와 국방의 문제를 감성팔이로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퍼주기식 복지, 강성노조에 영합하는 정책 등은 감성팔이식 포퓰리즘의 혐의가 다분하다.

좌파들 중에서는 세기적인 명장면이라고 감격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나무다리 연출도 결국은 감성팔이밖에는 남은 것이 없지 않는가. 북한의 김정은이 왜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지, 결국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하려면 어떤 전략과 정책이 가장 적절한지, 냉철하고 엄정하고 치밀한 분석과 판단과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지 감성놀음이나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일반적인 성향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적이라고 한다. 정이 많다거나 정에 약하다는 것은 그만큼 감정적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감성팔이가 잘 먹혀드는 기질이라는 얘기도 된다. 국민을 선동하고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권에서 자행되는 감성팔이는 심각하게 사실의 호도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선동이 역사의 흐름을 파탄의 길로 돌려놓을 수도 있다는 걸 베네수엘라 같은 외국의 사례에서 보게 된다.

역사의 평가는 역사학자들에게 맡겨야 한다. 역사적 평가에도 좌우가 갈릴 수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한 쪽을 편드는 건 분명한 잘못이다. 현재의 정부가 할 일은, 지난 일을 자꾸만 들추고 뒤집는 게 아니라 오늘과 내일을 위해 전심전력 최선의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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