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합동TF의 권고안은 7∼8월에 1구간의 전력사용량 상한은 200㎾h에서 300㎾h, 2구간은 400㎾h에서 450㎾h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기료 할인 효과는 2018년 사용량을 기준으로 최대 2천8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탈원전’ 충격으로 인해 경영 안정성이 위태로워진 한전의 영업적자는 올 1분기에만 6천299억 원, 연간으로는 2조4천억 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치가 나와 있다.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기 전인 2017년 4조9천532억 원 이익과 비교하면 7조 원 이상의 이익이 증발한 셈이다.
한전의 누적적자는 3월 말 현재 7조1천380억 원이나 불어난 121조2천943억 원에 이르렀다. 이번 누진제 개편으로 부채가 더 빠르게 쌓여갈 것은 불문가지다. 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빚이다. 한전은 민관합동TF가 정한 전기료 최종 개편안이 한전의 재무 구조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이사회가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되는지를 로펌에 의뢰했다. 회사에 손해를 미치는 누진제 개편안을 의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법리적 돌파구를 찾아 나선 것이다.
한전 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과 주주들의 반발이 부를 후폭풍부터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죽하면 한전의 처지에서 정치적 압력에 의한 ‘눈물의 인하’라는 말까지 나올까. 한 푼이라도 아쉬운 서민들의 입장에서 단돈 1만 원이라도 전기료가 낮아지는 것이 나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여름철마다 전기료를 깎아주는 선심 정책은 대증처방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경제 원리에도 안 맞고 지속이 가능하지도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한전의 적자누적은 상당 부분 탈원전에서 비롯된다. 2015년까지 85%를 넘나들던 원전 가동률은 지난해 65.9%까지 떨어졌다. 올 1분기 75.8%까지 끌어올렸지만, 탈원전에 따라 ‘값싼’ 원전 발전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섣부르고 어리석은 국가 에너지 정책 전환에서 비롯된 갖가지 부작용을 보고도 정부·여당은 이를 무시하고 ‘직진’만을 외치는 형국이다. 이번 결정이 ‘탈원전’이 불러올 요금 폭탄을 감추려는 꼼수라면 더욱 큰일이다. ‘탈원전’ 정책 수술 말고 다른 해법은 없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이제라도 귀를 기울이는 것이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