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의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 정정용 감독에 대한 뒷 얘기가 무성하다. 마치 2002년 월드컵 때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히딩크를 연상케 한다.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U-20 준우승이란 신화를 일궈낸 그에게 언론은 그의 지도력과 인간애 등을 최고의 화제로 삼았다. 무명선수 출신으로 평범했던 그가 오늘의 영광을 안게 된 것은 오직 성실성과 인간적 면모가 있었기 때문이라 평가했다.

그는 대구신암초교에서 축구를 시작해 축구명문 청구중고교에서 선수로 뛰었다. 경일대를 졸업하고 아마구단인 이랜드 푸마에 입단했으나 서른도 되기 전에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었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일념으로 대학원 과정에서의 공부와 열정으로 그만의 전략과 전술을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선수들은 그를 ‘제갈용’이라 불렀다. 삼국지에 나오는 책략가 제갈공명 못지않은 축구 전략가라는 뜻이다. 변화무쌍한 전술 구사로 적의 허점을 찌르고 승리를 이끌어 내는 그의 전술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와 같았다는 평가다.

그만의 리더십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시보다 이해를 먼저 구하는 그의 태도에서 선수들은 그를 감독이라 부르지 않고 선생님이라 불렀다. 언론은 그의 리더십을 ‘아저씨 리더십’으로 표현했다. 권위적인 리더십과는 다른 그의 다정다감한 리더십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팀의 동력을 키우는 힘의 원천이 됐다는 설명이다. 국가대표 이승우 선수는 “가장 존경하는 감독”이라 말했다. 평범하지만 인간적인 그의 지도력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든 요즘이다. 대구출신의 그가 들려준 낭보는 이곳 고향사람에게는 청량제와 같다. 갑갑하던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듯한 기분이다. 정 감독이 일궈낸 신화는 대한민국 모두의 영광이지만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제 일만을 열심히 해온 그의 성실함은 우리가 배울만한 일이다. 정 감독과 함께 대표팀에는 고재현,김세윤 두 명의 대구신암초교 출신선수가 더 있다. 그들이 함께 했기에 이번 영광이 더 자랑스럽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