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시대 유물인 경주 포석정을 한옥정원 조경소재로 개발해 안동시 정하동 심달재에 설치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유물인 경주 포석정을 한옥정원 조경소재로 개발해 안동시 정하동 심달재에 설치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전통가옥을 둘러보면 가는 곳곳마다 석재로 조성한 마당 공간 조경이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지요. 이는 프랑스나 영국 등 서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일신라시대 유물인 경주 포석정(사적 대한민국 사적 1호)을 활용해 한옥에 접목할 수 있는 유상곡수 조경석재를 처음으로 개발한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 김태완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우리 한옥을 아름답게’라는 슬로건으로 전통 문화사업 창업자답게 한옥 조경에 남다른 애착심을 갖고 있다. 그는 “통일신라시대 석조유물들을 보면 우리나라도 한때는 정원을 꾸미는 조경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었다”면서 “하지만 외세의 잦은 침략과 약탈로 조경기술 발달이 정체된 점이 무척 아쉬운 마음에 포석정 유상곡수 조경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
‘유상곡수 조경석재’ 개발, 첫 조성
바닥·벽체 한 덩어리 20여개 통돌로
마당 모양 따라 자유자재 설치 가능
다양한 한옥 조경용 석재 기능 구현

◇ 포석정을 한옥 조경 소재로 활용

“한옥과 마당 조경은 한 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집을 아무리 잘 지어 놔도 마당 조경을 제대로 꾸지미 못하면 한옥의 아름다움은 빛을 잃게 되지요.”

김 대표는 지난해 안동시 정상동 예미정 안동종가음식체험관 한옥 콘텐츠를 활용해 포석정 유상곡수 상설전시장을 조성했다. 국내 조경업계로부터 눈길을 끈 그는 한옥 조경 분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지난해 전국 조경업자들을 초청해 유상곡수 경제시공 발표회를 연 후 포석정 설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고안해 낸 유상곡수 조경석재는 20여 토막의 통돌로 제작돼 튼튼할 뿐만 아니라 외관상 질감도 문화재 포석정보다 더욱 미려(美麗)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동시 정하동 심달재에 설치되고 있는 포석정.
안동시 정하동 심달재에 설치되고 있는 포석정.

수로 바닥 석재와 벽체 석재를 모두 60여 조각으로 이어 붙여 만든 경주 문화재 포석정과 달리 바닥과 벽체가 한 덩어리인 20여 개의 통돌에 수로 홈을 파서 제작했다. 이 때문에 한옥 마니아들로부터 격찬을 받고 있다.

개발된 유상곡수로는 경주 포석정과 똑같은 1대1을 비롯해 1/2, 2/3 등 대·중·소 3가지 크기가 있다. 또 이음새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둥글게 조성된 곡수로를 수평으로 길게 펼 수 있는가 하면 ‘ㄱ’자 또는 ‘ㄴ’, ‘ㄷ’자처럼 모양을 구부릴 수도 있다. 따라서 마당 모양에 따라 유상 곡수로를 자유자재로 설치할 수 있는 등 한옥 조경용 석재로서의 기능성을 다양하게 부가해 두고 있다.

특히 곡수로엔 단순히 물만 흐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야간에는 LED를 이용한 무지갯빛 수중조명도 구사할 수 있다. 물이 유입되는 입수구와 나가는 출수구엔 제작자의 이름은 물론 설치의미 및 설치연도도 새길 수 있다.

예미정 별채에서 열린 한옥정원 조경소재 개발 시연회를 위해 설치하고 있는 실제의 2/3 크기로 축소된 포석정.
예미정 별채에서 열린 한옥정원 조경소재 개발 시연회를 위해 설치하고 있는 실제의 2/3 크기로 축소된 포석정.

◇ 생활 접목 가능한 전통 문화콘텐츠

“석재로 만든 유상곡수는 통일신라 당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 중국과 일본에서도 유행했습니다. 웬만한 집안이면 설치해 둘 정도로 구불구불한 석재 곡수로는 정원을 친수공간으로 꾸미는데 매우 탁월한 소재라는 것을 한·중·일 3국이 공유하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김 대표는 “전복의 모양을 따서 곡수로 형태로 물을 흐르게 한 포석정은 왕궁 등 특정 지배계층의 전유물만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포석정이 설치될 당시는 선덕여왕과 진성여왕 등 여성 왕이 탄생될 정도로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최고조에 이른 시대라는 것. 따라서 그는 “포석정이 부족국가 남성 지배계층의 연희를 위한 장소가 아니고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위상을 상징하는 씨족사회 석재 조형물로 특별한 날 의례를 올리는 사당(祠堂)의 의미가 더 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래 우리 민족은 여성을 존중해 왔다”며 “여성의 사회적·국가적 가치는 존중의 의미를 넘어 숭배였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최근 미투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난 이유는 외세의 침략으로 번번이 무력화된 한반도의 남성이 여성의 권리를 온전히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 마당 3층 석탑을 모델로 한 한옥 조경 석재 개발 사업도 펼치고 있다.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 제공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 마당 3층 석탑을 모델로 한 한옥 조경 석재 개발 사업도 펼치고 있다.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 제공

◇ 한옥 기와지붕 조경소재도 연구개발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의 한옥 조경 소재 개발 사업은 포석정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국내 최고의 목조건물인 안동 봉정사 극락전 마당 3층 석탑(경북도 문화재 제 182호)을 비롯해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국보 제 17호)을 모델로 한 한옥 조경 석재 개발에도 착수한 것이다.

김태완 대표는 “우리 전통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한옥 조경석재 개발은 수년 전부터 국적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싸구려 조경 석재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전통문화 정체성을 제대로 묘사해 낸 석재가 없다는 아쉬움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이에 그는 최근 ‘경무기업’이라는 석재 조경공사 시공 전문 업체도 창업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김 대표는 “포석정이 우리나라 여성문화를 상징하는 유일한 석재 조형물이라고 하면 탑과 석등 등은 남성문화 조형물로 이들을 함께 배치하면 음양의 조화로움이 잘 어우러져서 입체적인 석재 조형물을 완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경석재는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석재표면에 이끼가 끼고 자연스러운 색감이 나타나 고즈넉한 분위기가 더욱 잘 살아난다”고 덧붙였다.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은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을 모델로 한 한옥 조경 석재 개발 사업도 펼치고 있다.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 제공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은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을 모델로 한 한옥 조경 석재 개발 사업도 펼치고 있다.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 제공

한옥마당 석재조경 예찬론자인 그는 또 “중국과 일본의 전통가옥 지붕 조명은 일반화돼 있는데 아직도 한국은 벽체만 조명하고 한옥 멋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붕은 그냥 방치해 두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석정 유상곡수 조경석재 개발에 이어 최근에는 한옥 기와지붕의 아름다운 자태를 밤에도 볼 수 있도록 전통 기와지붕 조명장치를 개발하는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은 1998년 전통식품을 소재로 한 문화상품 안동간고등어 개발을 시작으로 2000년 영덕∼안동간 고등어길 길놀이 풍물재연, 2002년 임금님 진상품 안동은어를 부각시키기 위한 안동석빙고장빙제 시연 및 낙동강누치잡이 강촌마을 풍물재연, 안동간고등어축제, 전통방패연날리기대회, 안동병산탈춤 복원, 안동종가음식 유통사업 문화 콘텐츠 개발 등 문화산업 창업 소재용 전통문화 콘텐츠를 끊임없이 개발해 오고 있다.

(시공문의 경무기업 054-854-7200)
 

인/터/뷰 김태완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 대표

조상들이 이룩한 찬란한 문화
현대 후손들의 창의적 개발 필요

“무거운 석재를 소재로 하는 조경공사는 하자 발생 자체가 재공사라는 큰 부담감 때문에 공사 초기부터 무결점·무하자 공사가 필수조건입니다.”

안동 예미정 별채에 조성한 포석정 전시장에서 만난 김태완(51)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 대표는 유상곡수로 시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면서 이 사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유상곡수로를 깔 위치에 지하 전기 선로와 상하수로를 점검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며 “다음으로 기초를 파고 석재 곡수로를 지탱할 콘크리트 기초공사와 함께 급수·배수 설비부터 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수로를 지하에 설치하는 만큼 이물질이 들어가 막힐 우려가 없도록 가능한 한 직선으로 배수로를 설치한다”며 “배수구는 연못이나 집수조에 연결해 곡수로를 흐른 물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유상곡수로 설치는 콘크리트 기초 위에 곡수로 통돌을 차례차례 이어가는 데서 시작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곡수로의 수평 유지는 필수다. 물을 토해 내는 거북이돌에 지하수 또는 상수도를 연결해서 구불구불 물이 흐르도록 유상곡수를 연출해 내는 것이 최종 마무리 작업이다.

현재 그가 시공한 유상곡수로는 전국 14곳에 이른다. 그는 최근 이 석재 조경물에 LED조명장치를 설치하는 부품 개발사업에도 몰두하고 있다.

1천년 전 포석정에 흐르는 물 위를 아름다운 술잔이 떠다녔고, 1천년 후 지금 포석정 유상곡수에 예쁜 유등이 떠다니도록 하고자 기획한 이번 사업에 대한 그의 자세는 진지하다.

이를 위해 그는 경주 배동에서 1천년 전 포석정을 놓던 그때 그 석공들처럼 유상곡수로를 만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 대표는 “뉴밀레니엄이 시작된지 20여 년이 된 이 시점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전통문화를 더욱 새롭게 창달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 조상이 이룩한 찬란한 전통문화처럼 우리도 우리의 문화를 창의적으로 개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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