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테레사는 살아 생전 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주린 배를 움켜 쥐고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을 어머니처럼 보살핍니다. 그녀가 50년 넘도록 말과 행동으로 전한 사랑의 메시지는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에 빠져드는 20세기말 인류의 양심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마더 테레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걸어온 길은 단순합니다. 믿음을 갖고 자신을 완전히 내어 주는 것입니다.”

피부가 문드러져 썩어가는 나병 환자의 손에 입을 맞추고 악취나는 몸을 씻어주고 죽어가는 에이즈 환자를 끌어안는, 자신을 끊임없이 타인에게 나눠주는 희생과 사랑. 마더 테레사는 평소 ‘당신이 크리스천이 된다면 우리는 당신을 도울 거에요!’라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무조건적 사랑이 그녀의 목표였습니다.

LA의 마더 테레사로 불리는 한국인이 있습니다. 미국명으로 글로리아 김(김연응)입니다. LA타임즈는 지면 2개를 빌어 그녀를 조명한 적이 있지요. 글로리아 김은 20년 동안 새벽 2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거리 노숙자들에게 나눠 줄 음식을 준비합니다 새벽 4시면 낡은 승합차에 온갖 음식을 싣고 다리 밑, 공원 구석, 거리 모퉁이를 천천히 돌면서 노숙자들을 발견하면 음식을 나눕니다. 차에는 바나나 2박스, 물 25ℓ, 빵 400개, 200명 분의 스프, 포도와 양말, 옷가지 등이 실려 있습니다. 그녀의 별명은 ‘코리안 마마’. 으슥한 새벽, 그녀 승합차가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나타나면 그들은 “마마” “마마”를 외치며 반깁니다. 둘러서서 따스한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김연응씨의 봉사가 남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노숙자들을 위해 먹을 거리를 제공하는 봉사는 많이 있습니다. 국내도 역 광장 등에서 무료 급식하는 장면들을 봅니다. 종교 단체에서는 급식 행사를 하면서 단체를 홍보하거나 특정 종교를 내세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누구도 보지 않는 곳에서 노숙자들이 숨어 있는 곳을 찾아 다니며 손 내미는 봉사여서 글로리아의 봉사가 남다릅니다.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고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무조건적 희생과 나눔이지요. 글로리아 본인도 70세를 넘은 고령에 관절염과 백내장으로 하루가 힘겹지만, 매일 새벽 200명 이상의 노숙자들을 찾아 다니며 음식을 공급하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무런 조건없이 아무런 이름도 내걸지 않고 순수하게 손 내미는 참된 선행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늘어나는 아름다운 사회를 꿈꾸어 봅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