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산자연중학교 바로 옆 학교 진학을 위해 주택을 준비하신다면 신축급 전원주택 추천합니다.”

학교 기사를 검색하다 의외의 내용을 보고 필자는 매우 당혹스러웠다. 그 당혹감은 곧 묘한 기대감으로 변했다. 비록 큰 광고는 아니었지만, 학교가 상업광고에서 불특정 다수 소비자들을 설득시키는 중요한 논리로 사용된다는 것은 학교 입장에서는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이 글을 쓰면서 필자는 산자연중학교가 소재한 마을의 모습을 학교가 개교한 2014년도와 비교해 보았다. 필자는 의미 있는 변화 몇 가지를 발견했다. 제일 큰 변화는 마을에 새 집들이 여러 채 생긴 것이다. 학교 소재지 마을은 슈퍼는 물론 네온사인 하나 없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하루에 시내버스가 아침, 점심, 저녁 세 번만 운행하는 마을이라고 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런 마을에 세련된 디자인의 집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분명 큰 변화다. 이런 집들 때문인지 마을의 이미지도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밝은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마을의 이미지 변화는 마을 주민들의 삶의 변화로 이어졌다. 학교가 들어오기 전에는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하면 마을은 곧 어둠에 잠겼다고 한다. 분명 그 때는 해가 넘어가기도 전에 마을길엔 인기척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곧 침묵의 마을로 변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주경야주(晝耕夜奏)! 이 말은 필자가 지금 학교 소재지 주민들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말이다. 마을 어르신들은 낮에는 들에서 열심히 농사를 지으신다. 그리고 밤에는 학교에 오셔서 색소폰 등을 배우신다. 비록 고된 농사일에 힘이 드시지만, 거의 매일 저녁 학교에 오셔서 레슨도 받으시고, 또 밤늦게까지 연습을 하시다 기쁘게 댁으로 가신다.

2017년 대안학교 우수프로그램 일환으로 시작한 마을 색소폰 연주단은 올해로 3년째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어르신 연주단은 마을과 학교, 그리고 교육청 행사에도 참가할 정도로 연주 실력이 우수하다. 지난 5월 8일에는 지자체 경로 효 잔치에 초대되어 연주를 하였다.

마을 색소폰 연주단의 평균 연령은 60대 중반을 넘는다. 그러다보니 연주도 연주지만 연주단원들의 활동 모습은 주변 마을 어르신들께 큰 희망을 주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는 연주단 가입에 대한 문의가 1년 내 끊이지 않는다. 비록 신청하신 모든 분께 기회를 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내년에는 제일 먼저 연락을 달라는 어르신들의 목소리에서 필자는 힘을 얻는다.

산자연중학교에는 마을 색소폰 연주단 이외에도 서예, 수영 등 마을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함께 배우는 특성화 프로그램들이 있다. 또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학기별 1회 이상 어르신들을 모시고 세대 공감 여행을 떠나는데, 여행단의 모습에 많은 관광객들이 박수를 보내주신다.

필자는 산자연중학교와 오산리 마을의 관계는 상생(相生)의 본보기라고 생각한다. 산자연중학교 교육공동체 모두는 마을이 학교와 학생들을 잘 키워주셨고, 또 앞으로도 더 잘 키워주시리라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마을 어르신들께 더 잘 하려고 노력한다. 마을 어르신들 또한 조용하기만 하던 마을에 생기(生氣)를 불어넣어주는 학교와 학생들에게 늘 감사함을 포현하신다. 학교가 마을이고, 마을이 곧 학교인 영천시 화북면 오산리, 그리고 산자연중학교!

“재미삼아 무차별 폭행” 또래 숨지게 한 10대 4명 ‘살인죄’ 적용 검토! 참으로 아프고 슬픈 이야기이다. 학교 현장에 인성교육이 의무화된지 오래이지만, 인성교육 시간에 비례하여 학생 사건은 더 잔혹(殘酷)해지고 있다. 과연 우리 교육은 바로 가고 있는 게 맞을까? 삭막해져만 가는 학교 현장! 마을과 학교가 함께 행복한 산자연중학교의 마을 학교 프로그램을 다른 학교들도 벤치마킹해보면 어떨지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