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간부들 줄줄이 옷 벗을 듯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17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전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제청 건을 보고받은 뒤 다음 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에 윤석열 현 서울지검장을 지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됨에 따라 검찰 조직에 대한 검찰 내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윤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총장으로 임명되면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처음으로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이 된다.

후배가 검찰총장에 임명될 경우 선배와 동기 모두 옷을 벗어왔던 것을 고려하면 대다수의 고위 간부가 검찰을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찰에 근무하고 있는 인사 중 사법연수원 23기 이상은 11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윤 후보자와 같은 사법연수원 23기는 20여명이다.

19∼23기 검찰 주요 인사는 봉욱(연수원 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김오수(연수원 20기) 법무부 차관, 이금로(연수원 20기) 수원고검장, 윤웅걸 전주지검장(사법연수원 21기), 송인택 울산지검장(사법연수원 21기) 등이다. 이들 모두 윤 후보자의 선배다.

이와 관련, 검찰 안팎에서는 관행에 따라 윤 후보자가 총장이 될 경우 문무일 검찰총장(사법연수원 18기)의 바로 아래인 19기부터 윤 후보자 동기인 23기까지 모두 사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개혁 의지가 강한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자 지명을 통한 기수 파괴를 통해 인적 쇄신을 하려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전공·기수를 파괴하면서 적폐 수사를 책임질 인사를 찾았던 만큼 윤 후보자의 선배와 동기들이 옷을 벗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후배나 동기가 고위 간부가 되면 사임해 왔던 관행이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와는 반대로 기수를 중시하는 문화가 점차 바뀌고 있어 사임할 검찰 인사가 적을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윤 후보자가 연수원 기수에 비해 나이가 많기 때문에 서열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롯한 검찰개혁 적임자로 윤 후보자를 지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불렸던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과정에서 청와대에 반기를 들며 검찰 개혁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이자 검찰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인물로는 윤 지검장이 제격이라고 선택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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