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3일. 필리핀의 의대생인 조이스 토르프랭가(Joyce Torrefranca)는 세부섬 만다우에의 길거리에서 한 소년을 발견합니다. 소년의 모습에 감명을 받은 조이스는 멀리서 소년을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리며 한 문장을 씁니다. “한 아이를 통해 영감을 받았다.”

사진 속 소년은 맥도날드 가게 앞 거리에 자그마한 간이 책상을 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맥도날드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불빛에 의지해 책을 읽고 학교 숙제를 하고 있었던 거지요. 소년의 이름은 다니엘 카브레라(Daniel Cabrera). 5년 전 화재로 집이 불타 없어졌습니다. 3년 전에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셨지요. 거리로 내몰린 엄마와 카브레라. 엄마는 편의점에서 일거리를 얻고 매장 주인의 가정부로 근무하며 하루 80페소를 법니다. 우리 돈으로 하면 일당 2천원.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엄마는 길거리에서 담배와 사탕수수를 팔며 카브레라를 키워옵니다. 카브레라의 어머니 크리스티나 에스피노사는 말합니다.

“아들은 항상 제게 말했어요. 엄마, 저는 이렇게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열심히 공부해서 내 꿈을 이루고 싶어요.”

카브레라는 밤에는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소년은 누가 버린 작은 책상 하나와 전 재산인 연필 한 자루를 들고 스스로 맥도날드 매장 옆에 자리를 잡고 공부를 시작합니다. 혹시라도 한 자루 남은 연필을 잃어버릴까봐 연필 끝에 끈을 달아 손에 묶고 공부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지요.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조이스 토르프랭가의 핸드폰에 찰칵, 그 장면이 찍힌 겁니다. 조이스의 페이스북은 폭발적 반응을 일으킵니다. 9800개의 공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진은 필리핀 전역에 큰 이슈가 됩니다. 나아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지요. 여기 저기서 온정의 손길이 쏟아집니다.

맥도날드는 카브레라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합니다. 필리핀 정부도 학용품비로 125만원을 지원합니다. 카브레라는 경찰이 되는 꿈을 꾸고 있지요. 로망 롤랭은 말합니다. “언제까지고 계속되는 불행은 없다. 가만히 견디고 참든지 용기로 내쫓아 버리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소년은 경찰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루고 싶은 열망에 용기를 냈습니다. 그 용기가 행운을 불러오고 마침내 자신의 불행을 내쫓아 버립니다. 소년의 눈빛은 세상 어느 반딧불이 보다 찬란하게 빛납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