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응 인

터미널을 나선 네 시 버스가

읍내를 벗어나나 했더니

갑자기 멈춰 선다

‘고장이라도 난 걸까?’ 궁금해지는데

‘보소 기사 양반 안 가고 뭐 하는교?’

재촉하는 사람 하나 없다

둘레둘레 고개를 돌리니

보따리 인 할매가

저만치서 죽으라 달려오는데

어린아이 걸음보다 더디다

‘누고?’

‘뭘 이고 오노?’

할매가 간신히 버스에 오르자

그제야 움직이는 버스

‘요새 버스 기사가

존 사람이 많더라고’

어느 할배 목소리에

이내 차 안이 환하다

시골 버스를 모티프로 쓴 따스하고 정겨운 풍경 하나를 본다. 출발과 도착 시간을 엄격히 지켜야하는 도시와 다른, 여유롭고 넉넉한 시골 버스 기사의 마음에서 훈훈하고 따사로운 인정을 시인은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듯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