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산 김원봉 행적에 대한 양면적 평가
약산 김원봉 행적에 대한 양면적 평가
  • 등록일 2019.06.16 18:50
  • 게재일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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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김원봉(1898∼1958)의 서훈 문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얼마 전 임정 100주년 기념 토론장에 참석한 옆 자리 여고학생에게 김원봉의 서훈문제를 슬쩍 물어보았다. 의외로 그는 김원봉에게 서훈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의 항일 운동 업적을 보니 정부가 서훈하는 것은 마땅하다는 것이다. 대체로 보수층에서는 북한 정권에 참여한 그에 대한 서훈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진보층에서는 그의 항일 애국 활동에 초점을 두어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그의 서훈 문제는 정부가 서훈 계획이 없다고 발표하여 일단락된 듯하다.

차제에 김원봉의 행적에 관해 객관적 평가는 해볼 필요가 있다. 밀양 사람 김원봉은 1916년 18세 청년 나이로 일제에 저항하여 중국 망명길에 올랐다. 그는 1919년 길림에서 무정부주의적 의열단을 조직하고, 무한에서 1938년 10월 조선의용대를 창설하여 대장직을 맡았다. 그 조직이 1941년 조선의용군으로 확대발전하였다. 조선의용군은 초기에 장개석의 지원을 받았으나 결국 이 문제로 조직 내분이 일어나게 된다. 1941년 무정과 최창익, 박일우 등 좌파는 화북의 팔로군에 가담하고 무정은 팔로군의 포병사령관이 된다. 1942년 김원봉은 의용군 일부를 이끌고 중경의 광복군에 합류하여 부사령관이 된다. 광복군 장준하, 김준엽도 중경임정에 합류하던 시기이다. 김원봉의 광복군 복귀는 매우 잘된 선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1945년 갑작스런 조국의 해방은 김원봉의 선택을 어렵게 하였다. 그는 1945년 12월 늦게 서울로 환국했지만 그에게는 설 자리가 없었다. 해방공간의 국내 정국이 김원봉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고등계 형사 출신 노덕술로부터 또 다시 수모를 당했다. 반민족특위는 유명무실해지고 이승만이 친일 청산의 의지마저 보이지 않자 그는 불만이 더욱 커졌다. 결국 정부 수립과 신탁 통치 문제로 어수선한 해방공간에서 그는 북쪽 정권을 선택했다. 1948년 김구, 김규식과 같이 평양 정치 협상회의에 갔다가 북한에 그대로 남았다. 그는 중경시절 비서 사모로에게 보낸 편지에서 ‘북조선에 가고 싶지 않지만 남한 정세가 나쁘고, 나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고백하였다. 그의 월북이 자진이냐 납치냐 하는 논쟁은 불필요한 것이다.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후 김일성은 그에게 국가검열상이란 장관직을 주었다. 김일성은 자신의 정통성을 위해 광복군 출신 김원봉이 필요했던 것이다. 1952년 그는 노동상으로 발탁되고 1957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우리의 국회부의장 격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직도 맡았다. 그러나 그는 1956년 갑자기 실각되고, 1958년 ‘반국가적 및 반혁명적 책동죄’로 정치범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죽음에 청산가리 독살설, 자살설도 등 아직도 분명치 않지만 그가 북한에서 김일성에 의해 숙청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북한은 6·25 전쟁 후 연안파 무정도 숙청하고, 친소파 거두 허가이, 남로당 대표 박헌영도 숙청했다. 그들은 모두 북한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토사구팽당한 인물들이다.

결국 김원봉은 남북한 어디에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이 되었다. 일제하의 암울한 청년시절, 의혈단과 조선 의용대를 조직하고, 광복군에 합류하여 군무부장을 맡은 김원봉의 행적은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결코 폄훼되어서 안 될 부문이다. 그러나 해방 후 남한 정세에 대한 불만과 이승만에 대한 불신으로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한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10대에 항일운동에 나선 열혈청년 김원봉, 풍찬노숙하며 조국 광복에 매진했지만 해방 공간에서 그의 형제 4명은 남쪽에서 좌익분자로 몰려 처형되고, 그 자신은 북한에서 희생제물이 되었다. 민족 분단이 낳은 또 하나의 비극이다. 먼 훗날 남북이 하나될 때 그에 대한 평가는 정당하게 자리매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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