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자생적 철강생태계 구축전략 세미나

한국은행 창립 제69주년 지역 경제 세미나가 13일 오후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포항의 자생적 철강생태계 구축전략’을 주제로 열렸다. 세미나에 참석한 박명재 국회의원, 허대만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 하대성 한국은행 포항본부장, 송영창 포항시 부시장, 서재원 포항시의회의장, 최윤채 경북매일신문사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주제발표 1
‘포항경제와 지역 철강기업 구조분석’ 

박진혁 한국은행 포항본부 과장

박진혁 한국은행 포항본부 과장

철강산업이 지역내 산업의
절대적인 비중 차지
지역 자체 순환 능력은 부재
포스코 여건에 업황 좌우돼
철강재 최종 수요 산업 육성해
수요·공급업체 동반성장 필요

포항시 경제성장률은 전국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다.

지역 핵심산업인 철강산업은 2016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18년 하반기 이후 다시 생산과 수출 모두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18년 이후 철강산업의 전방산업인 건설, 자동차, 조선업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무역규제 기조까지 강화된 데 기인하고 있다.

포항의 산업구조는 제조업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철강산업 매출액이 전체의 78.5%를 차지할 만큼 제조업 중에서도 절대적인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포항지역 철강기업들이 제철·제강업체 및 가공업체로 구성된 1차 철강제품 제조업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기초소재 공급 및 소재가공 위주의 산업집적화는 잘 이뤄져있지만 최종수요산업까지 이어져 지역 내에서 순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생태계는 부재한 상황인 것이다. 소재가공 종사업체들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혁신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포스코 등 안정적인 공급처를 배경으로 단순 임가공에 치중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영여건이나 대외여건이 업황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국내유입이 다시 늘어나면서 단순가공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전망이다.

반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지역 대기업 업황은 지속적인 기술개발, 판로 확대 노력 등에 힘입어 어려운 대외여건에도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역 내에 철강재를 최종수요하는 산업을 육성해 진정한 철강생태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자동차, 조선 등 철강 수요산업은 제품혁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품질 철강소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포항은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도시임에도 포항산 철강소재를 이용해 만들어낸 포항산 완제품은 전무하다.

만약 지역 내에 철강수요업체 클러스터가 구축되고 제품기획단계에서부터 기존 철강단지와의 상호연계성이 강화된다면 물류비 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 포항산 고품질 철강이라는 브랜드효과 등을 얻으며 수요업체와 공급업체가 동반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예컨대 압력솥, 프라이팬 등 주방용 금속제품의 경우 외국산 고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존재하는데 ‘메이드 인 포항’마케팅이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국내 타지역의 수요산업과 경합되지 않으면서도 자체 순환적인 철강생태계 조성을 위해 한, 러 경제협력 등을 염두한 쇄빙선, 포항∼울릉간 위그선 제작 등을 고려할 수도 있다.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발굴, 육성 또한 병행할 필요가 있다.

주제발표 2
‘포항 주력산업 생태계분석·전략과제’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팀장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팀장

제조업이 49.5% 차지하는 경북
‘GRDP’ 전국 평균 못 미쳐
대기업 의존적 구조 벗어나
완제품 생산 생태계 만들어야
물류로봇 실증단지 구축 등
지역 신산업 기반 구축 절실

경북의 2017년 지역내총생산(GRDP)는 93조6천617억원으로 전년대비 2.3%증가했다. 같은기간 전국 GRDP가 3.2%성장한 것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이같은 현상은 2011년 이후 지속되고 있다.

경북의 산업구조는 제조업이 49.5%를 차지하며 그 중에서도 금속가공제품, 섬유제품, 기계 및 자동차산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포항시도 전체 47.9%가 제조업이며 1차 금속제조업, 금속 가공제품, 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업의 비중이 매우 높다.

대구·경북지역의 주력 제조업은 대기업 의존적인 후방산업의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연간 459만대의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는 울산·부산지역의 국내 완성자동차 산업은 대구·경북지역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자리잡고 있는 울산은 경북산업이 가장 크게 의존하는 지역으로 주로 자동차부품과 도소매업의 연관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울산지역에서 자동차 매출액이 100억원이면 대구는 7억1천800만원, 경북은 23억4천900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이같은 배경을 지니고 있는 경북지역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완제품 생산이 가능한 중소·중견기업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조선, 전자 모두 산업용섬유에 대한 수요가 높으므로 대구·경북이 공동으로 섬유산업의 재기를 위해 노력하고 기업입지가 유리한 경북지역은 생산증대, 정주여건이 좋은 대구지역은 소득증대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또한 포스트차이나(Post China) 시장개척 및 다변화를 위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아세안(ASEAN) 10개국 및 인도시장에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신산업 기반구축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슈퍼이차전지 R&BD 기반구축, 스마트 의료기기산업 육성, 경항공기산업 육성 등이 적절한 예가 될 수 있다.

포항 철강산업의 경우 구조고도화를 위해 △CPS-AI기반 철강 스마트공장 기술연구원 설립 △철강제조 스마트공정 기술개발 및 생태계 구축 △스마트공장기술 개발지원 및 인증센터 운영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포항 신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물류로봇 실증단지 구축 △타이타늄 첨단 신소재 글로벌 거점사업 △다기능성 그래핀소재 R&D기반 구축 등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는 대구·경북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자동차부품 1차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자동차산업 구조변화에 대응하는 협력체계를 구축이 절실하다.

중견기업 육성전략을 마련하고 조선업 구조조정이 지역 철강 업종 등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지역 중소기업 피해 최소화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할 필요성이 있다.

종합토론 요약

13일 열린 ‘포항의 자생적 철강생태계 구축전략’세미나에서는 주제 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국내 철강산업의 미래 방향 등에 대한 종합토론을 요약한다.

“3천700억 규모 中企지원 계획”

△ 최진혁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 과장

새로운 분야보다는 포항이나 경북에 기반이 있고, 비교우위가 있는 철강에 연관된 분야 위주로 완제품 기업단지를 구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철강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기업도 타격이 크지만, 중소중견기업의 어려움이 더 크다.

정부는 포항시 등과 함께 중소중견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생혁신철강생태계 조성사업을 2021년부터 7년간 3천700억원 규모로 기획하고 있다.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3D프린팅, 특수강 같은 이들 기업이 잘할 수 있는 특화된 분야를 지원할 계획이다. 철강 대기업, 연구소, 대학 등이 다 함께 참여해서 중소중견기업을 도와서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사업이 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반드시 통과시켜서 포항이나 경북지역 산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철강 관련기업 유치에 최선”

△ 정연대 포항시 일자리경제국 국장

한국의 경제가 어렵다는데 특히 포항경제가 어렵다. 오늘 주제발표와 관련해 포항은 철강 산업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다른 지역과 관련해 철강관련 최종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없다는 데 공감한다.

지역 내 순환할 수 있는 실질적 생태가 부족한 것도 인식하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완제품 공장을 유치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포항시는 우선 블루벨리공단, 영일만산업단지 등에 조선, 자동차 등 철강관련 기업을 유치하는 데 더 노력하겠다.

투자유치재단을 설립해 집중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격적인 투자유치를 진행하겠다. 현재 시는 영일만산업단지가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 자유특구로 추진될 수 있도록 신청한 상태다. 7월 말께 지정 여부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로봇산업도 육성해 철강산업과 시너지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른 방향으로는 포항철강산업단지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현재 1·2산단은 상당히 노후화했다. 기업들도 자체의 투자와 노력으로 양질의 철강을 생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역산업 전반적 구조분석 필요”

△ 최상민 포스텍 R&D 전략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포항이 이처럼 위기를 겪는 것은 산업습성과 기업의 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는 산업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포항시에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산업전문가를 배치한다던지, 전문가들과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한다. 철강기업 구조 분석보다는 산업에 전반에 대한 구조 분석이 필요하다. 데이터 부족도 문제다. 분석을 하려고 해도 데이터가 없다. 다들 철강경기가 어려워 포항이 어렵다고 하지만, 해결책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늘 주제는 자생력이다. 그런데 현재는 관련한 모든 논의나 사업 등이 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저는 민간이나 기업주도로 산업이 육성돼야 자생이 이뤄지고 생태계가 구축된다고 생각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기업들이 활동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철강산업의 위기를 단기간 해결하기는 어렵다. 철강산업의 구조적인 특성 때문이다.

현재는 중소중견기업들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기업에 과도하게 의지하고 있다.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단일산업이 부족한 것과 차별화된 산업 생태계 육성 전략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압력밥솥, 자전거 등과 같이 철로 만들어지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이러한 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하지만, 배터리안에도 철이 들어간다. 그런 기업을 유치하면 자생적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국방 기업을 유치해도 큰 성과를 보일 수 있다. 탱크, 항공기 등을 만드는 방위산업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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