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한창인 2016년 12월 우리나라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다. 군자주야 서자수야(君者舟也 庶者水也)에서 따온 말이다. “임금은 배고 백성은 물이다”는 뜻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물은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순자 왕제 편에 나오는 말로 순자는 “임금은 이를 염두에 두고 위기가 닥칠 때 이런 상황에 이르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 해 교수회가 올린 사자성어는 박 전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두 번째로 교수의 지지를 받은 사자성어는 역천자망(逆天者亡)이다. 맹자에 나오는 말이다.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는 뜻이다. 천리를 따르는 사람은 흥한다는 순천자흥(順天者興)과는 반대되는 말이다. “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노적성해(露積成海)와 “사람이 많이 모이면 하늘도 이긴다”는 인중승천(人衆勝天)도 후보로 올랐다. 특히 군주민수는 유교적 사상에 근거한 민본주의 사상을 잘 표현한 말로 임금도 백성의 뜻을 굽어 살피는 일에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표현이어서 그 해 사자성어로 뽑혔다.

모든 역사는 나라의 근본을 이루는 백성에서 시작된다. 역사는 백성이 태평성대를 누렸을 때 가장 잘한 정치라 칭하고 당시 군주를 성군(聖君)이라 불렀다. 역사적 사실을 귀납해보면 역사는 사람의 의도대로 되지 않고 하늘의 뜻에 달렸음을 깨닫게 된다. 수많은 정치적 물음에는 백성이 항상 가운데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홍콩에서 벌어져 국제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9일에는 100만 명이 넘는 군중이 운집, 경찰과 충돌도 빚었다. 시위대는 홍콩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법안이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압박하고 홍콩의 자유를 위축하게 할 것을 우려한다며 반대에 나서고 있다. 홍콩의 시위는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지지를 보내면서 국제간 긴장도도 높아지고 있다. 홍콩 인구의 7분 1인 1백만 명이나 거리에 나선 홍콩인의 시위가 군주민수의 교훈을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