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한국대학 캠퍼스에서 외국인 유학생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제 한국의 어느 대학 캠퍼스를 가도 외국인 유학생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15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4년제 대학 기준으로 대강 캠퍼스당 1천명이 넘어선다. 유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들은 이미 이들의 숫자가 3천명을 넘어섰고 5천명의 유학생을 가진 캠퍼스도 있다. 일부 대학은 중국에 지점을 설치하고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불과 20년이 채 안된 1990년말 1만명을 넘긴 유학생숫자가 급증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4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 글로벌화’ 추진이 기폭제가 되었다. 국내 대학교 입학생 수 부족과 유학수지 적자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Study Korea Project’를 수립했다. 이에 따라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캠퍼스 글로벌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바람직한 현상으로 일단 받아들일 수 있다. 교육부의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유치 목표는 20만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캠퍼스 국제화 실상을 들여다 보면 마냥 낙관적이지만 않다. 유학생의 90%는 아시아 국가 출신으로, 중국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유학생 중 절반 가량은 중국 학생이다. 얼핏 보기엔 ‘대학 환경의 글로벌화’처럼 보일 수 있겠으나 속사정은 다르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학교 차원의 배려나 정책당국의 해법이 미약하고 유학생 관리 제도는 사실상 방임되고 있다. 교육부와 학교의 관리 소홀로 외국인 유학생의 중도탈락률은 갈수록 늘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의 중도탈락률은 각각 5.0%, 6.3%, 6.6%로 증가세다.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유학생 표준업무처리요령’은 유학생 선발 절차와 학업지도 등에 관한 업무처리를 표준화하기 위해 작성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제도를 제시하기보다는 추상적인 방향성만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선발·관리 절차는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기본적인 시설만 갖추면 외국인 유학생을 받을 수 있다보니 질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명문대학교는 학교 내 어학당을 졸업하고 한국어 시험만 통과하면 대학교 입학 자격을 준다. 따로 수능이나 입학시험이 필요하지 않다.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거는 까닭은 저출산으로 인해 대학 진학자가 급격하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결된 등록금으로 유학생 유치는 대학 재정에 절대 도움을 주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외국인 유학생의 관리에는 소홀하다.

언어의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명성이 낮은 대학에서의 문제점은 더 심각하다. 한국어 수준이 낮으니까 한국어 강의를 못 알아듣고 영어강의는 더 못알아 듣는 외국학생 특히 중국학생이 많다고 한다. 이들은 중국에서 대학을 실패하고 한국에 몰려온 케이스인데 대학들은 등록금 수입으로 받긴 하였지만 이들의 교육에 큰 골치를 앓고 있다.

이제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정책에 철학이 필요해 보인다.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유학생유치에 의존하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리고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홍보와 국제적 네트워크의 첨병으로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양적으로 팽창하는 유학생의 질이 관리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고국에 돌아가서 한국유학생이란 타이틀로 한국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

현실에 입각한 외국인 유학생 관리 정책과 대학별 유학생의 질을 관리하고 올바른 교육을 시키는 자율적 정책이 조화를 이루어 조만간 20만명을 돌파할 외국인 유학생이 진정 그들에게도 그리고 한국에게도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