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하지요. “내 키가 굳이 167㎝일 이유가 무엇일까? 마음대로 키를 얼마든지 키울 수도 있어. 작은 사람과 데이트를 하게 된다면 줄일 수도 있지? 스노 보드를 탈 수 있다면 발이 하나도 시리지 않을 거야.”

의족으로 사는 장점을 수없이 발견합니다. 마침내 그 질문을 다시 떠올리지요. “내 삶이 한 권의 책이고 내가 그 책의 작가라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

에이미는 상상합니다. 우아하게 걷는 모습, 세계를 활보하며 여행하는 모습, 스노 보드를 타는 자신을 실제보다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지요. 설원을 가로 지를 때 느끼는 세찬 바람, 흩날리는 머리카락, 미칠 것 같은 속도감을 심장이 쿵쿵거리며 반응할 때까지 치열하게 상상합니다. 그 연습이 에이미 인생을 바꾸어 놓습니다. 4개월 후, 에이미는 다시 스노 보드를 탈 수 있었으니까요.

일을 시작하고 대학공부를 시작합니다. 2005년에는 비영리단체 ‘어댑티브 액션 스포츠(AAS)’를 설립해 장애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스포츠 활동으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2015년에는 ABC방송의 ‘댄싱 위드 더 스타’에도 출연합니다. 정상인들과 춤을 겨뤄 결승까지 진출하지요. 놀라운 에이미의 춤 솜씨에 미국이 열광합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에이미의 트위터에 응원의 글을 남깁니다. 2018년 2월 평창의 장애인 올림픽에서는 스노 보드 여자 크로스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냅니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출연하지요.

책에 사용할 스토리를 개발할 때 작가로서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주인공을 절망의 상황으로 빠뜨리지요. 예를 들면 경청에서는 이토벤이, 쿠션에서는 한바로가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는 인생의 장벽을 만나도록 설정합니다. 해결책을 미리 생각하고 글을 쓰지 않습니다. 절망 그 자체로 주인공을 몰아갑니다. 작가로서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함께 고민합니다. 실제로 작품의 캐릭터들과 대화도 수없이 주고받습니다. 에이미가 그랬던 것처럼 생생하게 주인공의 눈빛, 표정, 동작, 옷의 감촉까지 느끼면서 상상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내려 몸부림 칩니다. 하나의 질문이 에이미의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그 질문을 모두에게 던져봅니다.

“당신의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그리고 당신이 그 책의 작가라면 당신은 그 책에 어떤 스토리를 담고 싶으신가요?”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