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인 숙

눈이 온다

먼 북국 하늘로부터

잠든 마당을 다독이면서

단풍나무 꼭대기에서 갸우뚱거리던

눈송이가 살풋이 내려앉는다

마당이 부푼다

둥그렇게, 둥그렇게

눈은 마당에 깃드는 꿈

마당은 커다란 새가 됐다

그리고 단풍나무 꼭대기에서

작은 새가 내려앉는다

저 죽지에

뺨을 대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그의 잠을 깨우지 않고?

먼 북국에서 시인의 집 마당까지 찾아온 하얀 눈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음은 부풀어 오른다. 눈이 내린 마당이 둥글게 부풀어 오른다고 표현하는 시인의 마음이 빵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음을 본다. 내려앉는 작은 새처럼 내리는 하얀 눈에 가만히 뺨을, 아니 가슴 속의 고운 꿈을 살포시 얹어보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