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11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고 이희호 여사 조문 첫날인 11일 오전부터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각계 인사들의 추모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차려진 이 여사의 빈소는 여야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10시 40분 빈소를 찾아 고인의 영정 앞에 머리를 숙였다. 문 의장은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신이 없고 울컥하다”며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10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이 여사가 ‘아프고 견디기 힘든 인생을 참으로 잘 참고 견뎌준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며 “지금 이 여사께 그 말씀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고 애도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침통한 표정으로 당 지도부와 함께 조문했다. 이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제 정치적 스승”이라며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았다. 황 대표는 “평생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서 헌신하신 이희호 여사님의 소천에 저와 한국당은 깊이 애도한다”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여성 인권을 위해서 남기셨던 유지를 잘 받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손 대표는 조문을 마친 뒤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느낌”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들어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평화에 큰 획을 그은 분으로, 여성과 약자의 인권 신장에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빈소를 찾은 뒤 “지난주 월요일 아내와 함께 마지막으로 찾아뵈었다. 오른쪽 귀에 대고 ‘동교동 댁에서 뵙고 싶다’고 했는데 알아들으시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애도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 안보실장 등 청와대 비서진 12명이 단체 조문을 하고 북유럽 3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조의를 직접 전했고, 이낙연 국무총리와 여야 원내대표들도 빈소를 찾았다.

한편, 여야는 이 여사가 97세를 일기로 별세하자 고인의 생전 업적을 기리며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배우자를 넘어 20세기 대한민국의 위대한 여성 지도자로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당으로서는 두 분 대통령(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고 민주진영이 가장 어려울 때 정신적으로 버팀목이 돼 주셨던 큰 어른을 잃은 슬픔이 크다. 고난을 이겨내고 존경받는 삶을 사셨던 이 여사님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추모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희호 여사께서는 여성이 가진 포용의 미덕을 우리 정치권에 보여주셨다”며 “영부인을 넘어 김 전 대통령의 든든한 정치적 동반자로서 국민과 여성들의 삶에 큰 울림을 남겨주셨다”고 강조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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