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000~2018년 데이터 분석
원유·반도체 등 근본 요인 중요

교역조건 좋아져도 경제성장률은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한은이 11일 발간한 조사통계월보 5월호에 실린 ‘글로벌 충격이 교역조건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수요, 반도체 공급, 원유 공급 등 교역조건(순상품교역조건) 변화 배경에 따라 교역조건과 성장과의 관계가 다르게 나타났다.

순상품교역조건이란 상품 한 단위를 수출해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으로, 이론상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실질 구매력이 떨어져 실질소득이 줄고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

보고서는 2000∼2018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세계 수요가 감소할 경우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더 크게 떨어져 교역조건은 좋아진다고 봤다. 다만 수출이 줄어들며 성장률은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역조건이 개선하면 경제도 성장한다는 통념과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반도체 물량공급이 늘어날 경우 수출물가가 하락해 교역조건은 나빠진다. 그러나 반도체 수출이 늘어 경제 성장률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유가 상승에 교역조건이 나빠질 경우 통념대로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오르면 생산비용이 상승하고 실질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조동애 한은 조사국 과장은 “교역조건과 경제성장의 관계가 글로벌 충격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두 지표간의 상관관계를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세계 수요, 원유 및 반도체 공급 등 근본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반도체 수요 축소로 교역조건과 성장률이 하락 중인 최근의 경제상황을 설명하는데는 한계를 가진다. 반도체 수요는 세계 수요와 연관돼 있는데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세계 수요 축소시 교역조건은 개선되고 성장률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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