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인 자생적 생태계를 만들자
인위적인 자생적 생태계를 만들자
  • 등록일 2019.06.11 20:08
  • 게재일 2019.0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우리 경제는 그동안 주요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이른바 따라잡기, 체질개선, 구조조정, 합리화 등 시기별로 요구되는 상징적인 개념들에 대해 그 때마다 적절한 대응조치를 마련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개념들은 대체로 일정한 시한이나 목적이 달성되면 더 이상 불필요한 일종의 일시적 내지는 일과성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태계(ecosystem)’라는 개념은 다소 맥락을 달리한다. 경제 산업측면에서 본다면 자유로운 창업과 성장, 기업 간 흡수합병, 기업공개와 퇴출, 연구개발을 통한 신기술개발이나 혁신 등으로 경쟁력을 갖추며 확대재생산에 성공하는 일련의 순환과정 모두를 포괄하는 복잡하고 지속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이는 결국 우리 경제가 특정 산업이나 분야에 대해 지금까지와 같은 단편적인 일과성의 정책만으로는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확장되었음을 상징하는 반증일 것이다.

사실 특정 산업이나 분야에 대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생태계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산업클러스터라는 것도 비슷한 개념이다. 다양한 기업들이 기술과 혁신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갖추어 흡수, 합병, 자회사 분할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과정을 거쳐 주변 지역까지 경제적 영향력이 확산되는 클러스터야말로 산업생태계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상대적 후진성을 무기로 저렴한 노동력, 혁신기술보다는 기능적 숙련도에 입각한 효율성, 다양한 면세 등 보호조치가 적용되는 특정지역의 ‘산업단지’를 조성하여 선진국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었다. 기업들이 자연발생적으로 필요에 따라 모여든 생태계가 아니라, 정부 주도로 유사, 동종 기업체들을 모아 일견 ‘클러스터’로 보이는 ‘산업단지’정책은 당시로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한 여파로 지금도 전국 각지에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산업단지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은 그러한 산업단지 정책의 초기 모델로 성장한 산업도시 중 하나다. 그동안 일부 학자나 전문가들은 철강 산업단지를 철강클러스터로 표현하거나, 각 지역들도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아예 클러스터라는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산업단지와 클러스터는 다른 것이다. 산업단지는 ‘기업 집적’에 불과하다. 자율적인 기업의 분할과 합병이 이루어지고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한 경쟁으로 확대재생산이 이루어지는 ‘클러스터’와 기업을 모은 ‘산업단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금년 세미나 주제로 삼은 것은 ‘자생적 생태계의 조성’인데 이것도 같은 맥락이다. 흔히 들었던 주제일 것이다. 문제는 왜 또다시 제기할 수밖에 없는지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100년전 포항 영일만의 유명 특산물 중 ‘돌김’이 있었다. 당시 영일만 어가들은 특정 시기의 청어 잡이만으로는 연중 소득에 한계가 있어 바닷가 암초에 시멘트를 발라 돌김을 양식하였다. 최고 품질의 이 돌김은 일본, 미국까지 수출되었다. 처음에야 일부 어가에게만 인위적으로 돌김 양식을 장려하였지만, 이후 대부분 어가들이 합류함으로써 포항 영일만의 특산품 ‘돌김’의 자생적인 생산생태계가 조성되었던 것이다.

포항의 철강 산업도 처음에는 이러한 인위적인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 비록 기업이라 할 수도 없을 작은 철공소라도 재료인 철만 있으면 어떤 시제품이라도 만들 수 있는 기초 생태계부터 조성해야만 한다.

어떠한 창업가라도 철을 이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싶을 때면 먼저 포항부터 찾아와 시제품이라도 만들어볼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자생적 생태계를 먼저 인위적이라도 만들어 나가야만 포항경제는 지속가능해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