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국제시니어대회
韓·中·日·臺 대표 16명 열전

신안 국제시니어 바둑대회 개막식. /한국기원 제공
한평생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온 원로 프로기사들이지만 마치 소풍을 나온 것처럼 신나는 표정들이었다.

전라남도 서남쪽 끝 신안군에는 1980∼90년대를 세계 바둑계를 호령했던 레전드들이 총집결했다.

올해 처음 열리는 2019 1004섬 신안 국제시니어 바둑대회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의 레전드 프로기사 16명이 참가해 열전을 벌이고 있다.

최고령인 린하이펑(77·대만) 9단을 필두로 일본의 다케미야 마사키(68) 9단, 고바야시 고이치(67) 9단, 그리고 한국의 서봉수(66), 양재호(56), 유창혁(53) 9단, 최연소인 중국의 위빈(52) 9단 등 이름만 들어도 올드 바둑팬들이 전설로 기억하는 원로 기사들이 모두 모였다.

신안군은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의 고향이다.

신안군은 지난 10년간 ‘신안천일염 바둑팀’을 운영하며 KB 바둑리그에 참가하다올해 팀이 해체됐다.

대신 총상금 5억원 규모의 국제시니어 바둑대회를 열어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의 원로 기사들을 초청했다.

원로 기사들의 반응은 아주 뜨겁다.

이제는 치열한 반상에서 한발 물러선 원로들이지만 왕년의 라이벌들을 오랜만에다시 만나자 뜨거운 승리욕이 샘솟고 있다.

하지만 흘러간 세월 탓에 일부 선수는 초읽기에 적응하지 못해 시간패를 당하는경우도 나오고 있다.

참가 선수들은 대회 중간인 10일 단체 관광을 나서기도 했다.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 짱뚱어 다리와 소금 박물관, 1004대교 등 주요 명소를 둘러보고 신안군이 제공한 요트를 타고 바닷바람도 만끽했다.

입맛이 없어 끼니조차 거르는 선수가 많은 바둑대회에서 참가 선수들이 한꺼번에 관광을 다니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원로 기사들은 승부의 부담감을 내려놓았다는 의미다.

한국 대표로 참가한 서능욱 9단은 “앞으로 이 대회가 계속됐으면 좋겠다”라며 “우승상금과 대국료를 줄이더라도 좀 더 많은 기사가 참가할 기회를 제공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국 자체가 즐겁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