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발간한 ‘경제동향 6월호’에 또다시 우리 경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추락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징후들이 나타나 충격이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나라 경제의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경제낙관론을 유지한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말을 뒤집었다.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심각한 경제난 쓰나미가 닥쳐오고 있음이 분명하다.

국책 싱크탱크인 KDI의 ‘경제동향 6월호’는 3개월 연속 ‘경기 부진’ 판정을 내리면서, 동시에 국가채무 증가속도가 과도해 오는 2030년에는 150%까지 국가채무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수출로 지목됐다. 5월 기준 수출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9.4% 감소하며 4월(-2.0%)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소비도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월 소매판매액은 1.4% 증가하는데 그치며 올해 1분기 증가율(1.7%)에도 미치지 못했다. 4월 설비투자는 6.3% 감소하며 3월(-15.6%)보다 개선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어 부진한 상황이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지난달에 보였던 경기 부진이 이달에도 계속되고 있는데, 수출 등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아 상황이 빨리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현 경제상황 및 정책 대응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진 상황에서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KBS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경제가 위기라는 지적에 대해 “전혀 동의하기 어렵다”며 하반기에는 대내외 여건이 오히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정부·여당 내부의 경제 인식이 혼선을 빚는 모양새가 나타나면서 야당의 공격이 매몰차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이야기와 경제수석의 말 둘 중 하나는 거짓말 아닌가.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인가. 경제 위기를 인정하려면 그동안 국민을 속인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나라 경제가 엉망진창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정부는 유능하지도 정직하지도 않고 여의도 정치권은 내년 총선만 바라보고 멱살잡이에 여념이 없다. 외생변수 핑계만 대면서 세금 쏟아부을 궁리만 하는 정부·여당의 경제정책은 방향이 확실히 틀렸다. 대안은 안 내놓고 비난만 하는 야당 역시 국민의 절망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이 난국을 타개할 뭔가 특별한 조치가 나와야 한다. 이러다간 이 나라 민생이 정말 파탄지경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먹구름처럼 하늘을 뒤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