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2006년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전화를 이용한 금융사기 사건이 불과 10여년 만에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찰의 단속도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다. 보이스 피싱 자체가 개인을 상대로 은밀하게 전화를 통한 사기라는 점에서 단속이 쉽지 않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서민에게 저금리 금융대출을 알선해 준다는 보이스 피싱의 유혹은 물리치기가 간단치가 않은 일이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 피싱 피해액이 4천440억 원으로 나타나 전년보다 무려 82%가 폭증했다. 피해자 수도 4만8천743 명으로 하루 134명이 12억2천만 원의 사기를 당한 걸로 밝혀졌다.

최근에 와서는 범죄 대상이 농촌지역까지 확산되고 있어 당국의 특단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피해는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대구와 경북을 직접 방문한 것도 기존의 방식으로는 금융사기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자치단체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이다. 윤 원장은 “보이스 피싱의 범죄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범죄단체가 조직화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예방 활동을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농촌의 비율이 높은 경북지방의 보이스 피싱 피해 실적을 살펴보면 보이스 피싱 범죄가 이젠 도시와 농촌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3년 사이 경북지역의 피해 건수만 4천485건, 금액으로는 412억6천만 원에 달한다. 주로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며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었다고 한다. 경북지방에서 최근 3년 사이 일어난 사건을 통계화한 것이지만 범죄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걱정이다. 보이스 피싱 범죄는 피해를 입고 나면 금전적 손실도 크지만 가정 파탄이라는 2차적 피해까지 발생해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할 문제이다. 또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려 우리 사회 안전망을 위협하는 악성 범죄로 규정하고 엄벌에 처하는 선례도 남겨야 한다. 당국이 조금만 방치하면 이 범죄는 빈틈을 이용, 무차별적으로 확산 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정부가 빚을 탕감해주는 것보다 이를 막는 것이 더 절박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런 피해 정도에 비해 범인 검거는 매우 부진하다. 오히려 범죄가 고도로 지능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화 가로채기’와 앱과 같은 악성 프로그램을 활용한 새로운 범죄까지 등장한다고 한다. 보이스 피싱 누적 피해액이 1조5천억 원에 달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제 당국의 특단 대책만이 보이스 피싱을 줄일 수 있는 단계에 왔다. 보이스 피싱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마음으로 범죄 퇴치에 나서야 한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지금, 많은 국민이 보이스 피싱에 걸려들 것을 불안해하고 있다. 당국의 믿음직한 대책만이 이를 해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