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스테인리스 제조사, 1천억원대 투자 추진 관련
이강덕 포항시장, 경제·노동 6개 단체와 반박 입장 표명
수출·고용 등 전반 피해 주장… 철강협회도 백지화 촉구

‘철강도시’포항시가 최근 각종 악재로 ‘진퇴양난’에 봉착한 철강산업을 지키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최근 세계 1위 스테인리스 제조사인 중국 청산강철(靑山鋼鐵)이 부산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우면서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포항시 등이 나서 반대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포항시 등이 공식입장문을 발표한 배경에는 최근 제철소 고로 조업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로 철강업계가 곤경에 빠져 있는 가운데 중국 철강자본까지 유입될 경우 철강산업 전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정부 당국의 내부 조정 여부가 주목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10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시는 국가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중국 청산강철 부산 투자계획 검토를 전면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포항시 대표자인 이 시장과 함께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경북동부경영자협회 등 3개 경제단체와 한국노총 포항지역지부, 전국금속노조 포항지역본부, 포스코 노동조합 등 3개 노동단체 대표가 함께 자리한 가운데 공동입장문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시장은 “청산강철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출판로 확보를 위한 우회 투자처로 한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 생산거점을 마련할 경우 국내 스테인리스강 냉연 제조업 기반을 붕괴시키고 동종업계 가동중단으로 5천여명의 대규모 실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부산시는 국내 경제에 미칠 악영향 등을 간과한 채 지역 외자 유치 실적만을 내세우며 칭산강철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수입산 냉연강판 지속 유입으로 국내 수요 40%를 수입산이 잠식한 상황에서 국내업계에 더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시장은 끝으로 “부산시는 자동차, 전자 등 국내 핵심 수출산업에 필수소재를 공급하는 국내 냉연업계 타격 등 국가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투자계획 검토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며 “정부도 다른 산업 연관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항시에 따르면 세계 1위 스테인리스 생산업체인 중국 청산강철은 지난달 27일 부산 미음공단에 냉연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부산시에 제출했다. 청산강철의 투자규모는 1억2천만달러에 이르며 부산 냉연공장 신설사업은 국내 스테인리스 업체인 길산그룹과 50대50 공동투자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시장은 연 180만t의 생산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수요량이 100만t에 불과해 가동률이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철강업계에서는 이번 부산 신규 투자유치에 따른 고용창출 인원은 약 500명인 반면, 기존 국내 동종업계 가동 중단에 따른 실직자는 약 5천명으로 10배에 가까워 청산강철 한국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철강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앞서 한국철강협회는 지난달 30일 중국 청산강철그룹의 국내투자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청산철강과 함께 이번 사업의 공동투자자인 길산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청산강철과 합자해 추진 중인 스테인리스 냉연공장 건립이 일부에 의해 ‘해외자본의 국내시장 잠식’이라는 프레임으로 비춰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중국·인도네시아산 소재를 가공한 냉연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한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고용인원도 간접인원까지 포함하면 약 2천명이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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