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현대자동차는 수소 연료전지 개발에 향후 10년간 7.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2차전지(배터리) 전기차 개발에 늦었으므로 수소전지로 판을 바꾸겠다는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길게 보고 천천히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향후 20년 안에 전기차가 석유차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부터는 전기차의 보급이 빨라질 것이다. 그것은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신차개발 계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가 대세였는데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도 경쟁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수소 연료전지차도 성장 잠재력을 부인할 수 없다. 그 근거는 첫째, 연료를 태우지 않으므로 그 만큼 열 손실이 없고, 친환경이다. 또 지구상에 널린 것이 수소다. 둘째, 2차전지가 갖고 있는 고민에서 자유롭다. 즉 리튬, 코발트, 니켈 같은 희귀금속을 소재로 쓰지 않는다. 그리고 1회 충전시 300마일(480km) 달릴 수 있으므로 석유차에 버금간다. 1회 충전 시간도 5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수소 연료전지차의 보급이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동차는 고용 연관 효과가 어떤 산업보다 커 정치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만일 당장 수소전지차가 보급된다면 그 동안 천문학적인 자금 투자를 했던 배터리 전기차 기술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무용지물이 될 수 있으므로 기득권에게 반갑지 않을 것이다. 또한 수소전지차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는 도요타, 혼다, 현대차, 벤츠 정도에 불과하므로 수소전지차가 성능 및 경제성 측면에서 배터리 전기차를 압도하지 않는 한 당장 주류가 될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수소 연료전지는 아직 한계가 여럿 있다. 먼저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 중 현재 95%를 차지하는 것은 천연가스의 메탄과 수증기를 섞어 개질(reforming)하는 방법인데 메탄은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즉 친환경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수소를 만들었어도 사용처까지 운송해서 저장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수소저장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운송, 보관비용이 훨씬 많이 소요된다. 차량 디자인에 있어서도 불리하다. 승용차에 수소탱크를 달고 다닐 경우 탱크의 부피가 만만치 않다. 그 만큼 차량 내 공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혹시 중국이 판도를 뒤집어 줄 수 있을까? 만일 중국이 에너지의 패권을 석유에서 전기로 바꾸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국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면 수소자동차의 매력이 생기고, 석유차를 대체할 수도 있다. 판매대수 기준으로 중국은 세계 자동차 수요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그러나 중국 시장만 보고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을까? 신차개발에는 엄청난 연구비용이 소요되며, 특히 새로운 형태의 엔진을 장착할 경우 개발비용은 더 커지는데 그러기에는 30%의 시장이 너무 작아 보인다. 설령 중국이 수소 인프라에 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중국이 일본업체들의 선진 기술을 따라 잡은 후에 하지 않을까?

한편 수소를 얻기 위해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법도 있다. 중국 일부 지역은 그 동안 신재생 발전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한 결과 2차전지가 부족해서 전기를 그냥 흘려버린다. 이런 경우 남는 전기로 수소를 만들고, 이를 전기가 필요한 지역으로 옮겨 발전을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중국은 신재생 발전을 통해 전기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전기가 부족하다. 아직 발전의 70%를 석탄에 의존한다.

당분간 수소 연료전지는 트럭이나 기차와 같이 수소탱크를 장착하는데 공간적 부담이 없고, 큰 힘이 필요한 운송수단 위주의 틈새시장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그러므로 수소전지가 2차전지의 수요성장세를 가로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