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이르면 이달 중으로 내년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 공천룰을 확정할 모양이다.

신상진 한국당 신정치혁신특위 위원장은 “이르면 다음 주나 다다음 주쯤 공천안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공천룰에 유권자들이 “한국당이 정말 달려졌다”는 느낌이 확연히 들도록 하는 ‘감동’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엄중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어물어물 넘어가려고 하다가는 정치적 ‘소멸’ 만이 남게 될 것이다.

신상진 위원장은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사천(私薦)이나 계파 갈등에 의한 공천이 아닌 투명성·공정성이 담보되는 작업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그동안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차기 총선과 관련해 탄핵 사태와 20대 공천 후유증 등을 거론하면서 “현역의원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물갈이 폭도 클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는 신정치혁신특위 산하 ‘공천혁신소위원회’, ‘당혁신소위원회’, ‘정치혁신소위원회’ 등이 모두 참여해 그동안의 소위 차원의 논의 사항을 놓고 6시간 동안 마라톤 토론을 벌였다. 회의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과 20대 총선 공천 책임 문제, 막말 논란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막말 논란의 경우 공천 후보자들의 도덕성 등 자질 검증에 포함해 다뤄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당 윤리위원회의 권한 강화 방안도 논의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패는 이미 한 달 전에 나와 있다. 여성·청년·정치신인에 대한 가점 부여 및 현역 경선 의무화 등이 민주당 공천룰의 골자다. 한국당이 민주당보다 더 민심을 움직일 파격적인 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공천룰이야말로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걸린 가장 첨예한 영역이다. 벌써부터 당내에서는 잠복해있던 계파 갈등이 다시 꿈틀거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이자 ‘진박감별사’로 통하던 홍문종 의원이 탈당과 대한애국당에 합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이런 흐름을 “친박 신당 출범 신호”라고 예단했다.

자유한국당에게 이번 ‘공천룰’ 결정은 마지막 승부수로 작동할 개연성이 높다. 정치꾼들을 의식하는 공천룰이 돼서는 안 된다.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미래정치의 좌표가 무엇인지,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헤아려 엄중히 담아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판도라의 상자’를 활짝 열어젖혀 속 시원히 털어내야 한다. 도려낼 것들에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 “예전 사람들만 데리고 간다면 ‘가마솥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작가 이문열의 쓴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유권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게임룰 없이 성공할 수 있는 경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