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밸브 개방 불가는 제철소 운영 중단 의미”
“안전밸브 개방 불가는 제철소 운영 중단 의미”
  • 박동혁기자
  • 등록일 2019.06.06 20:10
  • 게재일 2019.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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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등 업계, 조업정지 처분에 반발 이유 보니…
환경훼손 정도 극히 미미하고
안전 위해 필수·불가결 조치
환경보전법 예외조항에 해당
전세계서도 100년 이상 적용
기술적 대안조차 전무한 상황
밀어붙일땐 엄청난 손실 주장

“현재로서는 안전밸브 개방 외에는 기술적 대안이 없어 조업정지는 곧 제철소 운영 중단을 의미합니다.”

철강업계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경북도 등 지자체들이 고로 정비과정에서 안전밸브(브리더)를 개방해 대기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는 이유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철강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조업정지 10일은 곧 제철소 운영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사회와 노동계, 협력사 등도 반대입장을 적극 표명하며 지자체 측에 조업정지 처분을 철회할 것을 요청하고 있어 향후 지자체의 처리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6일 ‘고로(용광로) 조업정지 처분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산업의 쌀’인 철강의 생산이 멈추면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철강을 사용하는 수요산업과 관련 업체들이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며 행정처분 반대입장을 밝혔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포항(4기), 광양(5기), 당진(3기)에서 총 12기의 고로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24일 전남도가 광양제철소를 상대로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내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 5월 16일 충남도가 당진제철소를 상대로, 지난 5월 27일 경북도가 포항제철소를 상대로 같은 처분을 사전통지하면서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고로 정비시 안전밸브를 임의로 개방해 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것이 조업정지 처분의 이유였다.

하지만 철강협회는 다른 의견을 밝히고 있다. 안전밸브 개방시 배출되는 것은 수증기가 대부분이고, 고로 내 잔류가스 배출에 의한 환경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철강협회는 안전밸브를 통해 배출되는 잔류가스는 2천㏄ 승용차가 하루 8시간 운행시 10여일간 배출하는 양에 해당되며 잔류가스의 성분은 현재 국립환경과학원 주관으로 측정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월 1일부터 4개월간 포항시 남구 장흥동, 대도동, 대송면, 장량동 등 포항제철소 인근지역과 영향권 밖인 경주시 성건동에 설치된 국가 대기환경측정망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PM10), 일산화탄소(CO), 황산화물(SO₂), 질산화물(NO₂) 등 주요 항목이 일반상황과 안전밸브 개방상황 모두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철강협회는 고로 안전밸브 개방은 전세계 제철소가 100년 이상 동안 적용해 오고 있는 안전 프로세스인데 우리나라에서만 문제가 되는 점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독일의 경우, 고로 정비시 안전밸브 개방을 일반정비 절차로 인정하는 등 관련 법적 규제가 없으며, 다른 선진국에서도 고로 안전밸브 개방을 특별히 규제하고 있지 않다는 것. 세계철강협회도 안전밸브 개방과 관련한 한국철강협회의 문의에 대해 “고로 정비시 폭발 방지를 위해 안전밸브를 개방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소량의 고로 잔여가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특별한 해결방안은 없다”며 “회원 철강사 어디도 배출량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서 특정한 작업이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보고는 없다”고 힘을 실어줬다.

철강협회는 ‘조업정지 10일’처분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고로 조업정지 기간이 4∼5일을 넘기면 고로 안에 있는 쇳물이 굳어 고로 본체가 균열될 수 있으며 재가동을 위해서는 최소 3개월에서 최대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고로 1기당 120만t의 철강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게 돼 연 8천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철강협회는 조업정지 이후 고로를 재가동한다고 해도 안전밸브 개방 외에는 기술적 대안이 없어, 조업정지는 곧 제철소 운영 중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경제적 타격에 그치는 것이 아닌라 국내 일관제철소 운영 전면 중단이라는 의미와 같다는 것이다.

철강협회는 이같은 이유로 대기환경보전법의 관련 조항을 고로 업종의 특성에 맞게 법리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기환경보전법 제31조 1항 2호에는 ‘방지시설을 거치지 아니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 조절장치나 가지 배출관 등을 설치하는 행위. 다만,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시·도지사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예외규정이 있다. 협회는 정비를 위한 일시적인 가동 정지시 안전밸브 개방이 이 조항 예외규정에 따른 적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철강협회는 “전 세계적으로 대체할 기술이 없는 게 현실이지만 국내외 철강사, 정부, 환경단체 등과 협업해 다른 기술적 방안이 있는지 연구하겠다”며 “또한 고로 운용에 따른 주변환경 영향도 평가를 투명하게 수행하고, 환경개선 활동도 지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내 양대 노조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조업정지 처분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한국노총 포스코 노조는 5일 성명서를 내고 “전 세계적으로 브리더 가동은 노동자 안전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대안 기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브리더를 안전장치가 아닌 오염 물질 배출구로 치부하지 말고, 경북도와 전남도는 조업 정지 10일 행정처분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앞서 4일 민주노총 포스코 지회도 입장문을 통해 “고로에서 방출되는 가스는 회수해 발전소에서 발전 자원으로 사용하고 있어 고의로 대기에 방출할 이유가 없다”며 “고로설비 인허가 기관인 환경부가 10여년이 지난 후 환경기준 준수 미비를 이유로 조업정지 처분을 내린다면 인허가를 한 공무원은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밖에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제철소 협력사협회 등 지역사회에서도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조업정지 처분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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