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효의 자서전을 씁시다’
안정효 지음·민음사 펴냄
인문·1만9천800원

베트남전쟁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아낸 장편소설 ‘하얀전쟁’으로 유명한 안정효(80)는 ‘탁월한 소설가’·‘번역의 대가’·‘불세출의 이야기꾼’으로 불린다. 신간 ‘안정효의 자서전을 씁시다’(민음사)는 안정효의 ‘자서전 쓰기’ 방법론과 철학을 한데 담은 책이다.

청년 시절부터 여든에 이르는 오늘날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글을 써 온 저자 안정효는 그야말로 ‘글쓰기광(狂)’이다. 새벽 일찍 일어나 글을 쓰거나 작품을 구상하고,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과 영화, 음악을 즐기며 여전히 왕성하게 세상만사를 탐구하는 저자의 일상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변함이 없다. 이제껏 펴낸 소설과 수필만 따져도 벌써 십여 권이고, 번역한 작품까지 헤아리자면 120여 권을 훌쩍 뛰어넘는다. 1천쪽에 육박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장편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을 놀랍도록 짧은 기간에, 무려 완전한 우리말로 번역해 낸 ‘사건’은 여전히 전설로 회자되고 있으며, “글쓰기에 집중하느라 하도 외출을 안 해서 가지고 있던 신발을 다 버렸다.”라는 우스갯소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처럼 문학과 글쓰기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저자의 집요한 태도는, 타고난 언어 감각과 어우러져 난생처음 글쓰기에 도전하는 이들뿐 아니라 글을 쓰다가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까지 여러 가르침을 전한다.

‘안정효의 자서전을 씁시다’는 지난 수십 년간 자기가 직접 익히고 갈고닦은 글쓰기 이론과 노하우를, 수백 편에 이르는 소설과 영화 등 다양한 예시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종의 ‘글쓰기 길라잡이’다. 하지만 ‘글쓰기 일반’이 아닌 ‘자서전 쓰기’에 집중한 까닭은, 가령 ‘소설가’나 ‘시인’은 아무나 될 수 없을지언정 ‘자서전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사 시대 원시인들조차 스러져 가는 자신의 존재를 기록하고자 손등 위에 진흙을 불어 흔적을 남겼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자기 인생을 세상에 남기고자 하는 근원적 욕구를 지니고 있으며,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더더욱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가 스스로의 인생을 글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마음가짐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술들을 조목조목 알려 주며, 구상부터 착수, 마무리와 실패 때의 대처 방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규모의 지식과 조언을 들려준다.

저자는 먼저 ‘자서전 쓰기’의 당위성을 각성시키고, 곧이어 글쓰기를 일종의 특권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통념을 타파하면서 글자를 무기로 백지와 맞서 싸우는 행위가 결코 두려운 일이 아님을 거듭 강조한다. 가령 ‘자서전’은 유명인이나 정치인, 성공한 기업가의 전유물이 아니며, 화술만 잘 갖춘다면 당신의 사회적 지위가 어떠하든, 재산이 많든 적든, 놀라운 무용담이나 기상천외한 경험이 있든 없든 출중한 자서전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