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형 영

돼지 눈에는

부처님도 돼지로 보이는 것이라고

노스님 말씀에

그야 그렇겠지요

무심코 머리 끄덕였는데

그때 나이 곱절 가까운

40이 넘은 오늘에

하늘의 별을 세듯 곰곰 생각해보니

그 말씀이 나를 두고 한 말씀만 같아

밤낮없이 후회롭다

오늘 내 눈에 보이는 것

개도 돼지도

그네 새끼들까지도

다 안쓰럽고 가련해

사람같이만 보이나니

어제의 나같이만 보이나니

마흔은 만만치 않은 나이다. 삶의 열정과 패기가 넘치고 여러 상승욕구가 충일한 나이가 아닐까. 시인은 오래전 큰 스님이 던져준 화두(話頭)를 떠올리며 생의 자세를 다잡고 있음을 본다. 더 낮아지고 겸손해져야 한다는 묵시의 교훈을 떠올린 것이리라. 앞만 보고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성찰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눔의 손을 펴고,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살아가야한다는 메시지를 세상 속으로 던져넣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