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호는 장사상륙작전을 수행한 유일한 배다. 이 배는 1943년 미국 인디애나에서 건조된 2천366t의 전쟁용 수륙 양용차다.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전쟁을 수행하다 1947년 한국 정부가 수송용으로 사들인 배다. 우리나라에 와서는 대한해운공사에서 수송용으로 사용했으며 전쟁이 나자 군사용으로 전환됐다. 장사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양동작전의 일환으로 단행된 전투다. 6.25 전쟁사 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전투다. 작전이 치열한 첩보전 속에 비밀리에 진행 되어야 했고, 참가자 대부분이 학도병 등 민간이어서 기록도 거의 없다.

1997년 3월 경북 영덕군 장사리 앞 바다에서 전쟁 당시 좌초됐던 문산호가 해병대 1사단 대원에 의해 발견된다. 47년 만에 바닷속 갯벌에서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문산호의 발견은 장사상륙작전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장사상륙작전이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한 숨은 공로자임이 제대로 알려지고 이를 계기로 역사적 기록도 조금씩 밝혀졌다. 장사상륙작전이 일반의 기억에 남는 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인천상륙작전에는 유엔군과 해군 군함, 수백 척의 배 등이 동원됐으나 장사상륙작전에는 민간 선박인 문산호 1척이 다였다. 동원된 군사도 우리지역 출신 10대 학도병 772명과 해병 56명이 모두다. 임무는 적의 후방을 교란하고 보급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새벽에 감행된 장사상륙작전은 때마침 찾아온 태풍과 적의 포격으로 해안에 도달하기도 전에 배가 침몰한다. 가까스로 육지에 도달한 병사들은 적의 공격으로 많은 희생을 치르고 끝내는 보급로 차단에 성공한다. 139명이 이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장사전투는 한 노병의 끈질긴 추적으로 최근에 문산호에 승선했던 선원 11명의 민간인 명단이 밝혀졌고 그들에게 화랑무공훈장도 수여하게 됐다. 늦게나마 그들의 넋을 위로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호국의 달. 국가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달이다. 전쟁에 대한 기억이 옅어져 가는 요즘 조국을 위해 목숨을 기꺼이 던졌던 그들의 고귀한 애국정신을 새롭게 다져볼 시간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