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금년 포항시가 70돌 생일을 맞이했다. 1949년 시로 승격한 포항시가 이제 고희(古稀)를 맞이했고 포항시는 과거 70년 포항을 재조명하고 미래의 혁신성장동력 발굴과 비전 제시를 위한 ‘포항 미래비전 포럼’을 지난 5일 열었다. 필자는 90년대 환동해 연구회를 만들어 학자들과 함께 중국, 러시아, 일본을 돌면서 회의를 하고 환동해 발전축으로 포항을 키우려는 노력을 기울였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환동해지역본부가 2021년까지 흥해읍에 들어선다고 한다.

환동해 중심권에서 포항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이미 일본은 오래 전부터 니가타를 중심으로 각 지역별로 환동해본부가 있으며 90년대 이후 환동해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하여 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환동해 경제권의 중심지로서 포항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누구든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포항은 환동해 중심지역을 바탕으로 그레이터 포항(Greater Pohang)의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그레이터’란 물리적인 면적은 아니지만 외연을 확대하는 영향력을 미치는 지역을 포괄해 ‘그레이터’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현대 도시나 대학, 국가의 힘은 반드시 면적이나 구성원의 숫자에 상관없이 얼마나 세계로 뻗어나가는가 하는 것이 그 힘을 결정한다.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 남쪽 조그만 도시이지만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레이터 포항은 인구 50여 만의 아주 큰 도시는 아니지만 실리콘밸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잠재력이 있다. 세계적인 철강회사, 대학, 연구시설 등을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있다면 그레이터 포항이 가능할 것이다.

그레이터 포항으로 가기 위한 인프라는 어떤 것일까? 우선적으로 중요한 과제는 포항의 경제산업을 재건하는 것이다.

이는 포스코가 과거철강산업에서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최고의 입지전적인 위치를 확보할 때의 전략과 포스텍이라는 대학이 세계 28위라는 업적을 내게 된 과정을 한번 살펴보고 그런 전략이 현재 경제나 산업환경이 바뀐 상태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 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포스코와 포스텍을 중심으로 하는 클러스터 정책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포항의 미래성장엔진을 주도할 신소재, IT, 소프트웨어, 의생명, 해양산업을 비롯하여 매우 다양하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현재까지 포항이 배출한 인적물적 자원들을 동원하여 포항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일이다.

포스코는 지난 반세기 가까운 역사 속에 수많은 인적자원은 물론 한국산업의 기초를 제공해 왔다.

포스코의 철강산업으로 인하여 자동차, 선박들의 산업이 활성화된 것이다. 이제 이러한 파생산업의 성공의 과실이 다시 포항으로 돌아와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역 도시 주변에 창업생태계가 갖춰져 있지 않으니 졸업생들이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인재확보를 위해 지역에 대도시권 생태계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인적자원은 주목할 만하다. 지역이 배출한 인재들은 이제 포항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들의 성공의 열매를 포항으로 가져와야 한다. 이들의 네트워크는 이제 포항발전의 네트워크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들의 기술, 산업역량은 이제 포항, 우리의 자산이 되어야 한다.

포항 발전을 위한 전략의 활용, 그리고 포항이 배출한 각종 인적, 물적 자원의 활용이 포항이 안고 있는 과제이며 그레이터 포항으로 가기위한 전제조건이다.

​​​​​​​이와함께 첨언하고 싶은 것은 포항역같은 옛건물을 복원하여 구룡포 일본가옥거리 같이 옛것을 회복하면 유럽의 도시처럼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의 활성화와 인재의 유입 그리고 현대와 옛것이 어울리는 매력적인 도시 포항! 포항시 승격 70년!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