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영화 ‘롱 리브 더 킹’ 19일 개봉
목포 건달 연기… 능숙한 사투리 ‘눈길’

김래원.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김래원.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사실 너무 동화 같은 이야기잖아요. 웹툰이 원작이고 조직폭력배 보스가 국회의원이 된다는 설정이 비현실적이긴 하죠. 그것도 여자 때문에….”

배우 김래원(38)은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에서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현실적인 영웅담으로 설득력 있게 바꿔놓는 능력을 보여준다.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그래도 실제처럼 능청스럽게 연기했다”면서 “모두 저의 장점을 잘 끌어내 주신 강윤성 감독님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동명 웹툰이 원작인 영화 ‘롱 리브 더 킹’은 ‘범죄도시’를 만든 강윤성 감독 신작이다. 목포 지역 조폭 두목 장세출이 한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 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인생 목표를 바꾸고, 국회의원 선거까지 출마해 당선된다는 내용이다.

김래원은 “정치적 성향이 없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통쾌한 오락 영화”라고 소개했다.

김래원은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가는 ‘직진남’이자 순정남 장세출을 연기했다. 웹툰 속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로 캐스팅 때부터 화제가 됐다. 그는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달뜬 모습부터 조직 보스로서 카리스마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김래원은 “장세출 캐릭터 자체가 영웅이고 멋진 남자여서, 제가 특별히 멋있어야한다고 의식하지 않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장세출은 요즘 말로 ‘순정마초’다.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한 여자에게 순애보를 바치는 남자다.

김래원은 “사랑이 진실하면 방식이 다르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것 같다”면서 “한 여자를 좋아하면서 아닌 척하는 그런 세출의 표현 방식이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는 “실제 저는 장세출과 달리 다정다감하고 말을 하는 편인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능숙한 전라도 사투리 연기를 선보인 그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배역에 많이 동화됐다고 한다. “저는 매 역할을 할 때 각 캐릭터가 가진 좋은 장점을 흡수하는 편이에요. 드라마에서 달콤한 남자를 연기했으면, 달콤함의 일부가 어느 순간 제 것이 돼 있죠. 그러면서 지금의 배우 김래원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제가 평상시 생각이 많은 편인데, 세출을 연기하면서는 많이 단순해졌죠.” 김래원은 강윤성 감독의 ‘열린 연출’ 방식에 거듭 찬사를 보냈다.

“감독님은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때그때 자연스럽게 만들어가죠. 촬영 당일 상의해서 대사가 바뀌는 경우도 제법 있었어요. 영화 첫 장면인 철거용역과 주민들이 대치하는 장면을 찍을 때도 보조출연자까지 다 불러놓고 브리핑을 하셨죠. 30∼40명이 모인 상황에서 감독님이 ‘솔직히 이 장면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은 보조출연자 한명 한명까지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펴고 연기할 수 있도록 열어놓으신 거죠.”

강 감독은 극 중 장세출이 목포 시민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도 큰 틀만 정해놓고, 김래원에게 맡겼다고 한다. 김래원은 “진짜 진심을 담아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가슴으로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강 감독의 작업 방식과 연기 궁합이 맞은 김래원은 강 감독 차기작 출연 의사도 이미 밝혔다고 한다. 김래원은 영화에서 노래도 부른다. 노래방에서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을 선곡해 첫눈에 반한 변호사 강소현(원진아 분)에게 우회적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목포 건달이면 왠지 ‘땡벌’을 부를 것 같은데, 김동률 노래를 고르는 대목에서장세출이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었죠. 저는 평소에 노래방에 안 갑니다. 좋아하는 노래요? 이선희의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을 즐겨 듣습니다.”

1997년 MBC 드라마 ‘나’로 데뷔한 김래원은 올해 22년 차 베테랑 배우다. 영화 ‘프리즌’(2017), ‘해바라기’(2006), ‘어린 신부’(2004)와 드라마 SBS ‘흑기사’(2018), ‘닥터스’(2016), ‘펀치’(2015) 등 다양한 작품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연예계 소문난 낚시광이기도 하다. 그의 아버지는 계류 낚시 명인이다. 좀처럼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는 김래원은 얼마 전 영화 홍보를 겸해 채널A ‘나만믿고 따라와, 도시 어부’를 촬영했다. “장가도 가야 하는데, 지금은 영화와 낚시가 제 삶의 전부를 차지해 큰일이에요. 제 안에 ‘승부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도 흥행 면에서 대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는데, 제가 늘 잘할 수 없을 것 같은 작품, 도전할 만한 작품을 선택하죠. 낚시 역시 뭐가 잡힐지 모르고, 또 못 잡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즐기는 것 같습니다. 하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