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으로 낮출 수 있는 극저온이 몇 도인지 아시나요? 뜨겁게 가열하는 것은 한계가 없습니다만 낮추는 것은 영하 273도까지가 한계입니다. 절대온도 0도인 영하 273도에서 모든 분자 활동은 정지합니다. 움직임이 없어지는 절대 고요의 세계가 되는 거지요.

1911년 네덜란드의 카멜링(Kamerlingh-Onnes, 1853~1926)은 극저온으로 내려가면 전기 저항이 제로가 되는 현상을 찾아냅니다. 초전도체의 발견이지요. 둥근 통을 만들고 그 안에 초전도체 구리선을 돌돌 말아 넣습니다. 통 안에 사람을 넣으면 저항이 제로인 자기장에 사람 몸의 물 분자 저항을 포착해 단층으로 촬영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MRI가 초전도 현상의 응용입니다.

핵융합은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바닷물을 한 바가지 퍼서 핵융합 장치에 부어넣고 돌리면 도시 하나가 몇 달 쓸 에너지가 나올 수도 있는 겁니다. 이때 초전도체가 필요하지요. 핵융합 현상 때 나타나는 화염인 플라즈마를 가두어 에너지로 변환시킬 거대한 도넛 모양의 원통을 초전도체로 감싸게 되지요. 1억도 넘는 온도를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물질로 감싸는 방식입니다.

유발 하라리가 떠올랐습니다. 혜성같이 나타나 전 인류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며 40대 중반에 세계를 뒤흔든 이 학자는 얼마나 바쁠까요? 유발 하라리는 새벽 한 시간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홀로 명상하며 사색하는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밤에도 한 시간 모든 활동을 차단하고 조용히 명상에 잠기는 시간을 갖습니다. 하루 두 시간, 분자 활동이 정지하는 극저온의 세계와 같은 고요함이 플라즈마처럼 뜨거운 그의 지성과 학문적 성취, 영향력을 지켜주는 비밀이었습니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1년에 최소 45일 최대 60일까지 세상과 단절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심지어는 책조차 읽지 않습니다. 오롯이 육체로 세상을 느끼고 호흡하는 단절의 시간입니다.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모든 성취는 그 고요한 시간에 잉태한 것이라 말합니다. 가장 뜨거운 삶을 살아 내기 위해서는 가장 차가운 단절의 상태, 즉 세상과 완전히 분리해 자신을 돌아보는 절대 고요의 시간이 필요한 것임을 생각하게 합니다.

점점 날씨가 뜨거워집니다. 2019년이 정점을 향해 무르익어가지요. 이 여름을 불태울 우리의 열정 또한 플라즈마처럼 활활 타오릅니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는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새벽입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