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대성 한국은행 포항본부장

하대성 한은 포항본부장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한국은행 창립 69주년을 맞아 경북매일신문, 국회철강포럼과 함께 ‘포항의 자생적 철강생태계 구축전략’을 주제로 지역경제세미나를 개최한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서는 철강원자재만 생산해오고 있는 포항의 철강업이 소비재 생산 거점지역으로 변화가 가능한지 여부를 짚어보고 대안을 논의한다. 한국은행포항본부는 그동안 침체기에 접어든 포항철강업이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선 제조생태계를 재구축해야한다는 의견을 내 왔었다. <관련기사 11면>

한은 포항본부는 지난 1974년 12월 포항주재사무소로 처음 문을 연 이후 45년간 소재지인 포항시를 포함해 경주시, 울진군, 영덕군, 울릉군 등 경북 동해안지역 5개 시·군의 경제동향 파악 등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미나는 오는 13일 포항시청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하대성 한국은행 포항본부장을 만나 이번 세미나에서 제시될 이야기를 들어봤다.

포항은 플랑크톤(중기)부터
고래(포스코)까지 기업 다양
서로 맞물리는 선순환 구조 필요
완제품 생산 인프라 갖춰야

-현재 포항경제 동향은.

△포항지역 경제를 논하려면 주력인 철강산업을 들여다봐야 한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철강제품은 단가가 좋아 철강업체들은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더라도 매출액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제품 가격은 떨어지고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은 오르면서 철강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제품 단가를 올리려고 해도 조선, 자동차 등 판매처가 될 관련업계도 사정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포항은 철강경기의 직접적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어 지역경제가 현재 힘든 것으로 분석된다.

- 경기침체기에 지진피해까지 겹쳐 시민들의 고통이 심하다.

△포항지진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크게 끼쳤다. 예컨대 부동산의 경우 지진 이후 평균 30% 이상 하락하며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후유증은 더 갈 것 같다. 당장 상황이 좋아질 방안도 없어 안타깝다. 지진특별법 등 관련 법안의 발빠른 제정을 통해 위기에 빠져있는 포항지역 경제에 희망을 줬으면 한다.

- 이번 세미나는 어떤 내용으로 구성될 예정인가.

△경제가 좋다는 것은 결국 순환이 잘된다는 것이다. 경기는 선순환의 흐름아래서 확대재생산되는 구조여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당국이 경제에 동맥경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며 대안을 마련하는 등 더욱 고민해야 한다. 이번 세미나주제의 키워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생적’이라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생태계’라는 것이다. 포항에는 플랑크톤(중소기업)부터 포스코와 같은 고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철강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가 맞물려야 한다. 그리고 해양속의 생태계처럼 철강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포항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 클러스터 구축이 시급하다고 본다.

-포항철강공단에서 생산되는 철강소재를 바탕으로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산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사안은.

△현재 우리상태는 어떤가에 대한 현상 진단과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냉정한 자기성찰 위에 로드맵부터 만들어야 한다. 무엇부터 어디에서 누가 언제부터 할 것인가를 짚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생각하기는 모두 거창한 것을 하고 싶겠지만, 최종완제품을 만들어낸 경험 자체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인프라부터 갖추어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손톱깎이도 포항에서 생산된 철강원자재를 사용한다면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들수 있다고 본다.

- 이번 세미나를 통해 시민들과 지역 산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임 후 과거 포항경제발전 역사를 살펴보니 아이디어가 매우 뛰어난 선진적인 방안들은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문제는 결과인데 성과로까지는 연결되지 않았다. 용두사미와 같은 주장만 난무했다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늘 비슷한 의견들만 난무했다고 판단한다. 이번 기회에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인데 안 한 것인지, 하고 싶어도 못했던 것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재검토하면서, 지역 각계가 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 우리라는 시각에서 지역 전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양보하거나 타협하는 지혜를 함께 모았으면 한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하대성 한국은행 포항본부장

경북 포항 출신으로 동지상고와 영남대학교 경영학과를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대학에서 공부했다. 한국은행 입사 후에는 조사국 조사제2부, 발권국을 거쳐 부산본부, 대구경북본부, 울산본부 부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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